[런던에서 온 편지] 79. 런던 입국심사 줄 짧아질까

한정선 기자I 2018.08.30 06:00:00
휴가철 등 붐비는 영국 공항 입국심사(출처=이브닝 스탠다드)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한국에서 출발하는 영국 런던행 비행기는 대체로 영국에서 가장 큰 공항인 히드로공항에서 내립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런던 여행의 시작점인 이곳에 발을 들이면 설렘이 커지지만 이내 그 설렘은 조바심으로 바뀝니다. 바로 긴 입국심사 줄 때문이죠.

히드로공항 입국심사는 영국인을 포함해 EU(유럽연합) 회원국 국민들이 받는 곳과 이외 국민들이 받는 Non-EU 심사대 두 곳에서 나눠서 진행되는데요. 한국인들을 포함해 아시아, 미 대륙, 중동, 아프리카 국적자들이 줄 서야 하는 Non-EU 입국심사 줄은 항상 붐빕니다.

영국이 지난 2016년 EU를 탈퇴하기로 결정하면서 영국 경제에 대한 불안으로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영국 여행이 저렴해지자 해외 여행객들이 더 많이 영국을 찾으면서 공항은 더욱 붐빕니다. 히드로공항은 올 상반기(1~6월) 공항을 이용한 승객 수가 3810만명으로 역대 최고라고 밝혔습니다.

EU 여권을 가지고 있으면 따로 입국심사를 받지 않고 자동출입국시스템(E-gate)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EU 회원국이 아닌 국가 국민들은 어김없이 영국 이민국 직원의 입국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거기다가 영국 입국 심사는 다른 유럽 지역보다 깐깐하기로 유명하죠.

이 때문에 비 EU 국민들이 히드로공항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심사를 받고 공항을 빠져나오기까지는 2~3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히드로공항이 제시하는 비 EU 국민들의 입국심사 등 공항에서 소요되는 목표 시간은 45분인데 이를 훌쩍 넘기는 것이죠.

영국 일간 가디언이 항공사 버진 아틀란틱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7월 중 EU 회원국과 비회원국 국민 모두를 포함해 히드로공항 승객의 95%의 입국심사가 45분 만에 끝난 날은 단 하루에 불과했습니다.

7월 중 비 EU 회원국 국민의 히드로공항 입국심사 대기 시간이 가장 길었던 날은 7월6일로 입국심사 대기 줄에서만 2시간 36분을 기다려야 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입국심사 때문에 공항에서 2시간 넘게 기다리면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피로감이 몰려오죠. 여행지인 영국의 첫인상이 긍정적으로 다가올 리도 없고요.

알렉스 크루즈 영국항공 최고경영자(CEO)는 “히드로공항의 입국심사 대기 시간은 다른 주요 유럽 공항에 비해 너무 길다”며 “2시간 대기가 점차 일상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히드로공항의 존 홀란드-카예 CEO는 국제선인 터미널4의 Non-EU 입국심사가 극심하게 길어지는 것을 지목하면서 영국이 내년 3월 EU 회원국에서 탈퇴하게 되면 영국인과 EU 국민들만 사용했었던 자동출입국시스템을 미국인 등 동맹국 국민들에게도 허용하자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히드로공항에는 60개의 전자출입국시스템이 있는데 항상 여유가 있다”며 “EU에 속해있는 리투아니아 승객이나 미국 승객이나 다르게 대할 이유가 없다. Non-EU 입국심사 혼잡을 줄이기 위해서는 위험성이 낮은 승객들이 전자출입국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인과 영연방에 속한 캐나다, 호주 승객들도 전자출입국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이 같은 주장이 현실화되려면 영국 내무부의 승인을 해야 합니다. 히드로공항 운영은 히드로공항을 소유한 히드로에어포트홀딩스가 하지만 공항에서 이뤄지는 입국심사는 내무부 관할이죠.

내무부는 “승객들이 입국심사를 받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영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승객들을 검사하는 것은 영국 안보를 위해 중요한 의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캐나다인의 E-gate를 사용과 관련해서는 답변을 아꼈죠. 다만 히드로공항 이용 승객이 늘어난 것을 감안해 입국심사 인력 추가 방안 등을 내놓았습니다.

과연 미국과 캐나다 등 영국의 동맹이거나 영연방 회원국으로 영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의 국민들은 영국인과 EU 국민들만 이용할 수 있었던 전자입국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될까요.

그렇게 되면 한국 승객들을 포함해 EU 이외에서 오는 승객들이 이용하는 입국심사 대기 줄도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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