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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 2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는 “승계작업은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인 삼성전자, 삼성생명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권을 양적·질적으로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라고 보고 “이 부회장이 (승계작업에 따른)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해 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결론 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으로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의 상속 과정을 통해 대주주 일가 지배권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향후 환경 변화에 따른 지배권 약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미래전략실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권을 최대한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과거 삼성SDS 신규인수권부사채 저가 발행 등과 함께 이 회장 와병 이후 진행된 △삼성SDS·제일모직 상장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 △합병 신규 순환출자고리 처분 주식 최소화 △삼성생명 금융지주 전환을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승계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인정했던 이 부회장 1심은 나머지 네 현안과 달리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에 대해선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보지 않았다.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에 더해 △중간금융지주 도입 △삼성중공업·엔지니어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지원 △메르스사태 삼성의료원 제재수위 경감을 승계작업이라고 공소장에 적시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는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가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 그 자체를 도모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지배력 강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부수적 현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 부회장 측은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이 50%를 초과해 법률이 개정되더라도 정관 개정을 통해 이를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과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이 과거 외국자본으로부터의 경영권 방어 제도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근거로 “이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를 위한 수단적 의미를 부수적 현안으로서, 승계작업 성격을 갖는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또 삼성SDS·제일모직 상장 효과에 대해 “삼성SDS 상장 이후 주식 매각으로 삼성물산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해 삼성SDI 보유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했고, 제일모직 상장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을 통한) 그룹 지배력 강화 여지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삼성물산 합병’ 효과에 대해선 “합병으로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 4.06%가 변동은 없지만 이 부회장의 지배 통로가 짧아졌고 이는 삼성전자 지배력의 질적 강화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전실도 합병 성사를 위해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 합병에 따른 처분 주식 최소화에 대해선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권의 질적 약화를 방지하는 목적과 효과가 존재했다”고 봤다. 삼성생명 금융지주 전환 시도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배권 강화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승계작업의 존재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의 이에 대한 인식이 더해져 제3자 뇌물죄는 유죄로 인정됐다. 즉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승계작업에 대한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한국동계스포츠센터에 16억2800만원을 지원했다는 것이 박 전 대통령 2심 재판부의 결론이다.
재판부는 박근혜 청와대 내부에서 작성된 민정수석실 보고서와 ‘말씀자료’ 등을 근거로 “2015년 7월 단독 면담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승계작업 현안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청와대 참모진 내에서 승계작업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었고 이는 박 전 대통령에게 유래한 것이거나 적어도 공유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결론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