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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는 남측 이산가족 89명이 북측 가족과 상봉하는 1차(20∼22일)와 북측 이산가족 83명이 남측 가족과 만나는 2차(24∼26일)로 나눠 진행된다. 남측 일정은 2박3일간이며 모두 6차례, 총 11시간의 상봉 기회를 얻는다. 이에 남측 이산가족 89명과 동행 가족들은 전날인 19일 강원도 속초에 모여 이날 오전 금강산으로 옮긴 뒤 오후 3시부터 본격적인 행사에 돌입했다. 상봉단을 포함한 우리 측 방문단은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 현대아산 등 지원 인력을 포함해 560여명이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에 기여한 숨은 일등공신은 현대아산이다. 현대그룹 내 금강산관광사업을 전담해온 현대아산은 지난 2002년(4차)부터 현재(21차)까지 무려 18회에 걸쳐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현장 지원을 해오고 있다. 현대아산 만큼 북한의 지리적 환경과 현지 시설을 잘 아는 기업이나 단체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2008년 금강산관광이 전면 중단되기 전까지 금강산·개성관광 사업과 개성공단 사업 등을 추진했으며 철도·통신·전력 등 7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을 획득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대북 사업을 펼쳐왔다.
현대아산에 따르면 이번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4개월여 전부터 미리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8.15를 계기로 상봉행사를 하기로 합의한 뒤 조치다.
남북 경제협력(경협)과는 별도로 행사 전담팀을 꾸려 만전을 기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이들 전담팀은 지난 6월27일부터 29일까지 금강산으로 파견, 가장 먼저 시설 점검에 나섰다”며 “이산가족면회소와 금강산호텔, 외금강호텔, 온정각, 발전소 등 상봉 행사 관련 시설을 점검했다”고 말했다. 이후 점검결과를 바탕으로 7월9일부터 시설 개보수에 들어갔으며 8월15일 선발대를 파견해 막바지 작업을 마쳤다.
현대그룹은 남북경협 사업의 상징적인 기업이다. 1998년 6월과 10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001마리의 소떼를 몰고 방북하면서 남북 물꼬를 튼 이래 남북 소통과 경협의 창구 역할을 했다. 이듬해인 1999년엔 대북사업을 전담할 현대아산을 설립,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개발 등을 추진했다. 정치권이 아닌 경제계가 상호 신뢰관계 구축의 새 길을 텄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현대 측 한 관계자는 “대북사업은 고향이 이북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숙원이자, 현대그룹이 해야할 일”이라며 “수익이 나지 않은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18회째 지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2008년 이후 금강산관광사업 중단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흔들림 없는 의지와 확신으로 준비해온 만큼 경협이 구체화될 경우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자, 민간기업 중 가장 먼저 북한을 방문한 곳도 현대그룹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남편인 고 정몽헌 전 회장의 15주기 추모식을 금강산에서 치르기 위해 지난 3일 방북했다. 이날 맹경일 아태 부위원장은 북측 인사 20여명과 함께 추모식에 참석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께서 금강산 추모 행사를 잘 진행하고 적극 협조하라”며 “아태는 현대에 대한 믿음에 변함이 없고, 현대가 앞장 서 남북 사이의 사업을 주도하면 언제나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대아산측은 전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주영 명예회장은 생전에 ‘현대는 장사를 하는 단체가 아니라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 분투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집단’이라고 밝혀왔다. 지금까지 여전히 남북의 창구역할을 해오고 있다”며 “현정은 회장이 방북하는 등 민간 교류의 마중물 역할도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