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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사법 불신 해소가 먼저다

노희준 기자I 2018.06.01 06:00:00

능력·의지·권한 없는 특별조사단
관련 의혹 검찰 수사 의뢰해야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사법 거래’ 시도와 판사 ‘뒷조사’가 있었다는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를 받아들고도 후속조치를 고심 중이다. 관건은 그가 검찰 수사를 의뢰하느냐다. 31일 내놓은 담화문에서도 ‘각계와 의논해 결정하겠다’고만 했다.

특별조사단 결론은 사법 행정권 남용은 있었지만 직권남용죄 등 범죄에 이르지는 않았다는 걸로 정리된다. 하지만 조사가 충분했다고 신뢰하기 어렵다.

우선 판사는 범죄 수사에 전문적이지 않다. 특별조사단 관계자는 지난 28일 기자단에 “판사들은 범죄행위 구성을 직접 한다기보다는 이미 (검찰이) 구성해온 사실에 대해 법률적 평가를 하고 판단하는 데 익숙하다”며 “그 부분(범죄구성)을 저희가 미처 생각 못했던 관점에서 본다면 새로운 평가를 받을 충분한 검토의 여지가 있다”고 인정했다.

특별조사단은 또 형사조치를 염두하고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앞의 관계자는 “조사단의 1차적인 목적은 사실관계를 남김없이 조사하는 것”이라며 “범죄행위가 되느냐는 건 많이 신경쓰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조사 권한도 한계가 있었다.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양 전 대법원장은 본인이 거부해 조사도 못 했다. 이미 법원을 떠난 퇴직자여서다.

수사 능력도 의지도 권한도 없는 3무(無)조직에 더 기대할 건 없다. 3차례에 걸쳐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결과만 내놓은 법원행정처도 마찬가지다. 대법원이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자청해야 하는 이유다.

특별조사단은 행정처가 고발할 경우 일선 법원에 유죄 심증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발자가 누구냐’는 법관이 고려해야 할 요소가 아니다. 판사는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면 된다. 걱정해야할 일은 따로 있다. 관료화·정치화한 사법부를 개혁해 국민들의 사법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대법원이 수사 의뢰를 하지 않는 이유는 집안이 쑥대밭이 될지도 모른다는 자기보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헌법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밀어붙였던 ‘상고법원 도입’이라는 조직 확장 논리의 연장선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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