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전후로 추경 2.7조 풀린다(종합)

최훈길 기자I 2018.05.22 06:00:00

李총리 국무회의, 추경 3.8조 계획 의결
기재부 "2개월 내 추경 70% 신속 집행"
정부안 대비 SOC 늘고 청년 교통비 줄어
과거정부보다 추경 작았는데 처리 기간 길어
김성태 "선거용" Vs 김동연 "청년 일자리용"

이낙연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 등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국회가 3조원 이상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의결하자, 정부가 신속하게 집행에 나섰다. 앞으로 2개월 내에 추경의 70% 이상을 집행할 방침이다. 6.13 지방선거 전후로 청년 일자리·지자체 지원 예산이 대폭 풀릴 전망이다.

◇李 총리 “추경, 신속히 집행해야”

정부는 22일 오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임시국무회의에서 3조8317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배정계획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이 총리는 “이번 추경은 청년 취업난과 구조조정 지역의 경제침체를 완화하기 위한 응급조치이자, 향후의 사태악화를 막기 위한 예방조치”라며 “추경의 취지를 살리도록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추경을 신속히 집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김용진 기재부 2차관은 이날 ‘제5차 긴급 재정관리점검회의’를 열고 “사전에 준비한 집행 계획에 따라 오늘부터 2개월 내 추경예산을 70% 이상 신속하게 집행하겠다”며 “연말까지 전액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에서 처리된 추경(3조8317억원)의 70%는 2조6822억원이다.

앞서 국회는 이날 오전 본회의에서 정부 추경안 대비 218억원(0.57%)을 삭감한 3조8317억원 규모의 추경을 처리했다. 지난 달 6일 정부가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 지 45일 만이다. 정부안과 비교해 3985억원을 감액하고 3766억원을 증액했다. 청년 일자리 대책에 2조여원과 구조조정지역 대책에 1조여원이다.

청년일자리 대책에 들어간 추경은 올해 전체 청년일자리 예산 3조원과 맞먹는다. 구조조정지역에 투입될 1조여원은 GM군산공장 폐쇄 발표와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고용위기지역 및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에 지원된다. 고용위기지역은 군산, 목포·영암, 거제, 창원, 울산, 통영, 고성, 산업위기지역은 군산, 거제, 창원, 울산, 통영·고성, 목포·영암·해남이다.

◇3.8조 추경..SOC 늘고 청년 교통비 줄고

사업별로 보면 청년 일자리 사업 예산이 주로 깎였다. 산업 단지 내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15~34세)의 교통비 지원금이 월 10만원에서 월 5만원으로 줄었다. 이 결과 ‘산업단지 중소기업 청년교통비 지원’ 예산이 488억원이 깎여 488억원으로 줄었다. 이 예산은 산단이 주거지와 떨어져 있는 데다 대중교통이 불편해 청년들이 정부 간담회에서 요구했던 사업이다. 고교 취업연계 장려금 지원 사업 예산도 240억원이 삭감됐다. 이 사업은 중소기업에 취업한 고졸 신입직원에게 1인당 연간 400만원의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소득세 면세 혜택도 줄어들었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만 34세 이하 청년이 중소기업에 취업할 경우 5년간 소득세를 100%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회는 올해 중소기업에 취업한 만 15~34세 청년이 2021년까지 소득세의 90%를 감면받도록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 결과 당초 중소기업 취업자에게 지급할 예정이었던 지원금이 다소 줄어들었다. 앞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관련해 “(중소기업) 신규 취업 청년에게 연간 1035만원, 기존 재직자에게 연간 800만원 가까운 혜택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 금액은 산업단지에 입주한 중소기업(50인 미만)에 취업해 2500만원 연봉을 받는 취업자를 가정해 추산했다.

당초 추산 결과 정부는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통해 직원에게 1인당 800만원(기업에는 1인당 900만원)을 지원하고 이번에 도입되는 교통비 지원 정책으로 연 120만원(월 1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었다. 또 전월세 보증금을 저리(1.2%) 대출해 시중은행 전세 대출(3.2%) 대비 최대 연 70만원의 이자 부담을 줄일 계획이었다. 만 34세 이하 청년이 중소기업에 취업할 경우 5년간 소득세를 전액 면제(연 45만원 지원)할 예정이었다. 이 같은 지원을 합산하면 1인당 1035만원이다. 그러나 21일 국회에서 교통비·소득세 면세 지원이 줄면서 900여만원으로 지원액이 감소했다.

반면 SOC 등 지역 인프라 지원에 820억원이 증액됐다. 함양-울산 고속도로 건설(100억원), 광주-강진 고속도로 건설(100억원), 거제-마산 국도건설(20억원), 보성-임성리 철도건설(100억원), 새만금투자유치지원(272억원)이 각각 늘렸다. 수소차 국고보조금 112억원도 편성됐다. 현대차(005380)(005380) 넥쏘 등 수소차 계약자들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각 정부의 출범 이후 두 번째로 편성한 추경(국회 처리안 기준)을 비교한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2018년, 박근혜정부는 2015년, 이명박정부는 2009년 추경 처리 내역이다. 문재인정부에서는 219억원, 박근혜정부에서는 2000억원, 이명박정부에서는 5000억원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깎였다. [출처=기획재정부]
◇文정부 추경, 朴·李정부와 4가지 달라

이번 추경을 과거 정부와 비교하면 확연하게 달랐다. 올해 추경을 2015년 박근혜정부, 2009년 이명박정부의 추경과 비교한 결과 △전체 액수 △편성 이유 △편성 내용·방식 △처리 기간에서 과거 보수정부와 달랐다. 이는 문재인·박근혜·이명박정부의 출범 이후 두 번째 추경을 각각 비교한 것이다.

추경 액수로는 문재인정부가 가장 작았다. 기재부는 이번에 정부안으로 3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국회는 21일 본회의에서 정부안에서 218억원(0.57%)만 삭감한 3조8317억원 규모의 추경을 처리했다. 반면 박근혜정부 때는 11조8000억원(국회 처리 11조6000억원), 이명박정부 때는 28조9000억원(국회 처리 28조4000억원)의 추경(정부안)을 편성했다. 각각 3배, 7배나 많은 규모다.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올해가 ‘미니 추경’인 셈이다.

추경 목적도 각각 달랐다. 문재인정부는 청년실업 등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고 군산 등 구조조정 지역에 대한 지원 취지로 추경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박근혜정부는 2015년에 전국을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을 극복하는 취지로 추경을 편성했다. 이명박정부는 2009년에 ‘민생안정을 위한 일자리 창출’ 취지로 추경에 돌입했다. 이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온 데 따른 조치였다.

특히 문재인정부와 보수정부는 지원 방식에서 선명하게 갈렸다. 문재인정부는 신규 채용되거나 재직 중인 청년들에게 직접 지원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청년내일채움공제, 주거비·교통비 등을 꽂아주는 방식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신규 취업 청년에게 연간 1035만원, 기존 재직자에게 연간 800만원 가까운 (지원) 혜택이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반면 보수정부는 근로자가 아니라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경을 집행했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중소·수출기업 및 자영업자 지원에 4조5000억원을 편성했다. 녹색성장 등 미래대비 투자에도 2조5000억원을 배정했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사업주에게 인센티브(1185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렇게 사업주에 지원을 해도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오지 않아 지원 방식을 올해 바꾸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경 처리 기간도 달랐다. 문재인정부의 이번 추경은 지난달 6일 국회에 제출된 지 45일 만인 21일 통과됐다. 지난해 문재인정부 첫 추경(11조원)도 국회에 제출된 지 45일 만인 지난해 7월22일에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는 과거 정부보다 길게는 20여일이 더 걸린 것이다. 앞서 2015년 당시 박근혜정부는 국무회의 의결부터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21일이 걸렸다. 2009년 당시 이명박정부는 36일이 걸렸다. 문재인정부의 추경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처리 기간은 더 걸린 셈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드루킹 특검’ 등을 요구하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월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을 예방해 김성태 원내대표를 만났다. 김 부총리는 4월에 추경이 처리되길 요청했다. 하지만 드루킹 특검 논란 등으로 국회가 공전됐고 추경안은 국회에 제출된 지 45일 만인 5월21일에 통과됐다.[사진=기획재정부]
◇김성태 “지방선거용” Vs 김동연 “청년일자리 추경”

정부는 이번 추경 재원은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작년에 쓰고 남은 재원인 결산잉여금 2조6000억원과 기금의 여유자금 1조3000억원을 활용하기로 했다. 추가적인 국채 발행을 하지 않는 만큼 국민의 추가부담이 없고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가 지난해 총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추경 편성에 나섰지만 청년 일자리 대책의 재정투입 기대효과는 한시적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당초 4월에 추경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야당 반발로 처리가 지연됐다. 이 때문에 추경의 집행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단식농성에 나섰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번 추경은 지방선거용 선심용 추경”이라며 “국회를 무시하면서 국정을 펴고 있는 문재인 정권의 실태는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청년일자리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추경이 아니라 추경 할아버지라도 할 수 있다는 게 저희 심정”이라며 “(최근) 장관회의를 하면서 저부터 시작해서 장관들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라고 해야 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존 SOC 사업 예산이 증액된 것으로 추경에 신규 SOC 사업은 없다”며 “신속하게 추경안을 집행할 것이다. 일자리 예산이 줄었지만 추경이 청년들에게 가뭄의 단비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개편안은 기획재정부가 4월6일 국회에 제출한 정부 추경안 중 선정한 10대 주요사업을 정리한 것이다. 결과는 국회가 5월21일에 처리한 추경안 중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출처=기획재정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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