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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국공립어린이집 대기아동이 30만명에 달한다. 국공립어린이집이 전체의 7%(2859개)에 불과한 탓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시설과 교사의 질은 우수한데 비해 정부보조 덕에 비용부담은 훨씬 덜하니 부모들로서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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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사회건강부가 지난 2015년 만 1세~5세 영유아 부모 8000명을 대상으로 보육 만족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민간 어린이집을 이용 중인 영유아 부모들의 만족도는 평균 4.37점(5점 만점), 국공립 어린이집을 이용 중인 영유아 부모들의 만족도는 4.43점을 기록했다.
◇ 맞벌이 부부 출근 도우려 오전 6시 문열어
핀란드 헬싱키의 공립 어린이집 ‘시샘(Sesam public daycare center)’. 오전 7시가 되자 유모차에 타거나 부모님과 손을 잡은 아이들이 하나 둘씩 들어선다. 이른 시간에 문을 열고 유독 아빠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는 점이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핀란드 어린이집은 이용하는 부모들의 필요와 지역 특성에 맞춰 이용시간을 자유롭게 정한다. 8시부터 4시까지만 운영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새벽부터 문을 열거나 심지어 24시간 운영하는 곳도 있다. 단 법으로 정해진 보육시간인 최대 10시간을 초과해 아이를 맡기지는 못한다.
아이나 이자아가(Aino Ezzat-Agha) 시샘 원장은 “이 곳 부모들 대부분은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다. 아빠와 엄마 가 번갈아가며 아이의 등원을 돕는다”이라며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부모들의 사정을 고려해 오전 6시부터 문을 연다”고 말했다.
늦게 문을 여는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부모들은 사정이 생기면 새벽에 문을 연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도 있다. 아이를 맡은 어린이집은 개원 시간이 되면 안전하게 아이를 원래 다니던 어린이집으로 보내준다.
오전 7시 30분에 3세 딸을 등원시키고 일터로 발길을 재촉하던 워킹대디 재크(34)씨는 “맞벌이 부부가 많은 탓에 어린이집이 대체로 문을 일찍 여는 편이다. 회사도 아이들 등원문제로 출근이 늦어지는 것은 이해해 준다”고 말했다.
보육교사들 간의 품앗이도 일반화돼 있다. A어린이집 교사들이 휴가를 가면 B어린이집이 그동안 대신 아이를 돌봐주는 식이다. 품앗이는 민간, 국공립 구분없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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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어린이집은 12개월째부터 아이들을 받는다. 어린이집 한 곳이 돌보는 아이 숫자는 30~60명선다. 3세 미만은 아이 4명 당 교사 1명, 3세 이상은 7명당 1명이다. 이 외에 어린이집 마다 아이들 건강을 돌볼 간호교사와 보조교사들을 추가로 배치한다.
55명을 돌보는 시샘 어린이집 경우 원장 외에 정교사가 5명과 간호교사 1명, 보조교사 6명이 근무하고 있다. 법정 보육시간은 최대 10시간이지만 장시간·교대 근무를 하는 부모들을 위해 제한적으로 24시간 보육서비스도 제공한다.
모든 어린이집들은 핀란드 정부와 해당 어린이집이 위치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든 교육과정을 따른다. 다만 교육과정은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 각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이 논의를 거쳐 가장 아이들에게 적합한 교육과정을 선택한다.
아이나 원장은 “커리큘럼을 선택할 때 최우선 기준은 아이들이 얼마나 흥미를 가지고 따를 수 있는지 여부”라며 “아이들이 무엇을 즐거워하는지가 첫번째, 부모님의 의견은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교육과정은 주로 언어 표현력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언어와 음악, 사회화 훈련은 필수 과정이며 윤리도덕과 미디어, 환경, 수학, 건강과 안전 등 초등학교 입학 뒤 배우는 교과과목의 기초 과정을 습득한다.
모든 교육 과정은 놀이 형식으로 진행한다. 아이나 원장은 “교사들은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지도자’가 아닌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해당 과목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안내자’와 ‘자극제(Trigger)’”라고 강조했다.
기초 교과 과정을 바탕으로 각 아동들의 흥미와 발달 특성을 고려한 개별 교육과정을 각각 따로 가르친다.
아이나 원장은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가진 적성과 흥미를 살려주기 위해 노력한다”며 “각 아동들의 흥미와 적성을 조사한 뒤 4~5명 소규모 그룹을 꾸려 개별 교육을 진행한다. 그룹에 속한 아이 부모와 개별 면담도 정기적으로 진행해 필요할 때마다 교육 과정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고 다양하다보니 국공립, 민간 관계없이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기 위해선 유아교육이나 아동심리학 등 관련 분야 3년제 이상 대학을 졸업해야 한다.
아이나 원장은 “어린이집 교사들은 초등학교 교사와 같은 수준의 처우를 받고 있으며 전문직으로 인정 받는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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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국공립 어린이집보다 민간 어린이집 보육료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핀란드 정부는 2005년 보육료 상한선을 책정, 특별활동비를 포함해 첫째아이는 300유로(원화 기준 38만 4537원), 둘째아이는 180유로(23만 722원), 셋째 이상은 총 보육료가 40유로(5만 1271원)를 넘지 않게 제한했다.
공립 보육시설은 저소득층은 보육료가 면제되고 가족 규모 및 소득수준에 따라 지원금이 차등적으로 지급된다. 지방정부가 총 이용료의 85%를 지원하기 때문에 실제 부모들이 부담해야할 보육료는 얼마되지 않는다. 소수이지만 민간 보육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은 양육수당을 받는다. 기본으로 지급되는 수당이 자녀 1인당 평균 160.64유로(20만6000원)이며 소득 정도에 따라 가산금이 추가된다.
아이나 원장은 부모의 소득 수준, 이용하는 보육기관이 어딘지가 핀란드 아동들이 받는 교육의 질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모든 아동들이 차별 없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서로 협업하는 것이 핀란드 정부와 의회, 지자체 그리고 지역공동체가 함께 짊어진 의무라는 것이다.
“ ‘단 한 명도 낙오하는 아동이 없게 하자’가 핀란드의 교육 슬로건입니다. 공립이든 사립이든 모든 보육시설의 교사들은 이 슬로건을 따를 의무가 있습니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