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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세계적인 석학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데일리와 신년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북 압박 전략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압박하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자칫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게 삭스 교수의 주장이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전략은 한 가지다. 최대한 압박해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를 전격적으로 시사하고 한국이 즉각 화답하면서 남북 간의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지만, 미국은 대북 전략을 바꿀 생각이 없다.
미국 국무부는 “김정은의 진정성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며 남북 간의 대화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에 대한 북한의 대화 제스처를 한미 동맹을 이간질하려는 시도라는 시각이 훨씬 우세하다.
미국 국무부의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김정은은 미국과 한국 두 나라 사이에서 어떤 이간질을 하려고 할지 모른다”면서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한미 동맹과 우정은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다”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이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위협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에게는 훨씬 크고 강력한 핵 단추가 있다”며 북한보다 더 강하게 응수하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태도다.
이에 대해 삭스 교수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접근은 위험하고 무모한 짓”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트럼프 정부가 오히려 위기를 조장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삭스 교수는 “북한 주민을 굶주리게 하거나 북한 경제를 봉쇄하는 조치, 혹은 전쟁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하려는 시도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면서 “평화로운 대화를 통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걸리고 서로 신뢰를 쌓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유일한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 제프리 삭스 교수는
1954년생인 삭스 교수는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출신이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로 근무하다 2002년 뉴욕 컬럼비아대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과 빈곤 퇴치 문제 등을 연구하는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뉴욕타임스는 삭스 교수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로 뽑기도 했다. 삭스 교수는 1997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을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 조건으로 부과한 고금리 처방을 강하게 비판했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특별 자문관을 엮임하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빈곤의 종말 △커먼웰스 △지속 가능한 발전의 시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