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이사장은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전북 전주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연금이 ‘국민이 주인인 연금’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의 신뢰 회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는 이사장으로서 국민연금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간섭과 개입을 막아내겠다”라고 했다. 그는 이날 취임사에서 여러 차례 ‘신뢰’라는 단어를 꺼내들었다. 현재 국민연금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 해소가 최우선이라는 상황인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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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신임 이사장은 전북 전주 출신으로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했다. 전라북도의회 의원을 거쳐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지역구(전주 덕진)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19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청와대가 그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낙점하는데 있어 가장 큰 명분이 된 경력이다.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전북 전주병(옛 전주 덕진)에 출마해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과 맞붙어 낙선했다.
이후 그는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전문위원 단장을 맡았으며 최근까지 더불어민주당 호남특보를 지냈다. 정치인 출신의 비전문가 이사장 선임을 두고 보수 야당 등은 ‘코드ㆍ보은 인사’, ‘정피아(정치인+마피아)’라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설립 이래 처음으로 취임한 정치인 출신 이사장이라는 점을 겨냥한 비난이다. 1999년 국민연금에 기금운용본부가 설립된 이후 취임한 이사장은 모두 금융·재정이나 행정 전문가였다.
김 이사장의 전임인 15대 이사장 문형표 전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31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을 압박해 합병에 찬성표를 행사토록 한 혐의를 받고 구속됐다. 이후 10개월 가량 국민연금공단은 이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파행 운영돼 오면서 조직 구성원들의 사기 또한 바닥이다. 이 역시 김 이사장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다.
김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이번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국민연금 기금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국민들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결탁으로 국민의 소중한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 동원된 것에 대해 분노했다”며 “비록 전임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공단 스스로 외압과 유혹을 이겨내고 왜 막아내지 못했던가라는 내부적 반성과 함께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을 해야 한다”고 했다.
◇“공공투자 강화하겠다”…수익성 어쩌나
그는 이날 “기금에 대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사회적 책임 투자 원칙에 입각한 주주권 강화 방안에 대한 연구 등을 통해 기금운용의 독립성, 투명성,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600조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세계 3대 연기금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정작 기금운용 수익률은 세계 6대 연기금 중 최하위 수준이다. 더욱이 현 상황이 유지될 경우 오는 2060년에는 기금이 고갈될 것이란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연금의 사회적 책임 투자에 대한 필요성을 앞서 어느 정부보다 강조해 왔다. 지난 7월 한 토론회에서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연금이 공공임대주택이나 국·공립 보육시설에 대한 사회 책임 투자를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여권 정치인 출신 이사장의 취임을 불안하게 보는 시선이 많다. 국민연금의 수명연장을 위해서는 수익성 제고를 우선해야 함에도 불구, 정책적 목적을 앞세워 기금을 운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 김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국민연금 기금 운용은 연금제도와 별도로 분리돼 수익률 제고만을 위해 존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금제도와 기금 운용은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가야한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사회적 기업 투자도 충분히 의미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투자를 과도하게 늘릴 경우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균형잡힌 시각으로 투자에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