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업계와 서초구청에 따르면 잠원동 신반포 8·9·10·11·17차와 녹원한신아파트, 베니하우스빌라 등 7개 아파트를 통합 재건축하는 한신4지구가 사분오열할 위기에 처했다. 한신4지구 재건축 조합은 지난 8일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주민 총회를 열어 사업시행계획안을 85%의 동의를 얻어 가결했다. 그러나 관통도로를 중심으로 서쪽은 1공구(신반포 8·9·녹원한신·베니하우스빌라), 동쪽은 2공구(신반포 10·11·17차)로 나누고 각 아파트 소유자들이 해당 단지 부지 안에서 재건축된 아파트를 배정받자는 ‘제자리 재건축’ 얘기가 나오면서 2공구 쪽 주민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다. 1공구의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은 270%, 2공구의 용적률은 322%로 차등 적용되면서 2공구에 상대적으로 많은 가구 수가 배정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봉이냐” 한신4지구 2공구 주민 반발
재건축 후 신축 가구 수는 1공구가 1623가구, 2공구가 2062가구다. 법정용적률(300%)을 상향받기 위해 넣은 임대주택 206가구도 모두 2공구에 집중됐다. 조합 측은 임대주택 배치는 건축심의 과정에서 결정된 것이며 한강에 가까운 1공구 쪽 층수를 낮춰 한강 조망권을 조금이라도 확보하려는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공구보다 2공구의 주거 쾌적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은 쉽게 식지 않았다.
갈등이 더욱 심각해진 것은 향후 동·호수 추첨을 할 때 1공구 조합원은 1공구, 2공구 조합원은 2공구에 배정한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2공구 조합원은 “이건 2공구 쪽 용적률로 1공구 용적률을 낮춰 1공구 쪽 사람들만 좋게 하는 꼴”이라며 “조합장이 1공구 소유자라 자신에게 유리하게 설계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2공구에서는 차라리 단독 재건축을 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건축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관리처분계획 신청까지 속도전을 펼치고 있던 조합으로서는 악재를 맞았다. 잠원동 M공인 관계자는 “통합재건축은 단지마다 평형도 다르고 입지도 달라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며 “조합이 좀 더 세심하게 조율해 사업을 진행해야 했는데 속도를 내는 게 급선무이다 보니 갈등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동·호수 배점 추첨은 관리처분인가 당시 조합원들이 모여 총회를 통해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며 “오는 14일로 예정된 조합 임원들과 2공구 주민원들간 중재회의를 통해 의견 차를 좁히고 재건축 사업이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호수 배정에 대한 규정 없어…“모범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서초구 신반포 3차·경남 아파트도 최근 재건축 조합 임원들에게 동·호수 배정 우선권을 주는 문제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어려워 보이던 통합 재건축을 이뤄냈고 연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재건축 환수제까지 피하게 된다면 이에 따른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의원회에서 나오면서다. 그러나 주민의 반발이 거세지자 조합은 임원회의를 소집해 동·호수 우선 지정권을 포기하기로 했고 갈등은 봉합됐다.
실제 같은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역세권이냐, 학교에 가까우냐, 한강이 보이냐, 저층이나 고층이냐 등 조건에 따라 가격 격차가 벌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가락시영 재건축 단지)의 경우 같은 전용면적 84㎡형이라도 역세권과 초등학교가 가까운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 간에는 약 1억원 정도 분양권 프리미엄(웃돈)이 차이가 난다. 아파트값이 비싼 강남권은 그 격차가 더욱 커진다.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신반포 18·24차 재건축 단지)의 경우 확 트인 한강 조망이 가능한 전용 133㎡짜리 로얄층은 22억원대에 호가가 형성돼 있는 데 반해 저층은 19억원 후반대다. 동·호수 추첨 결과에 따라 조합원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갈등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권리가액(감정평가액) 순으로 동·호수를 정하는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은 법률로 정해진 규정이 없다. 특히 가구 수가 많이 늘어나는 1대 1 재건축보다 용적률 상한 폭이 좁은 중층 재건축이나 대형 평형을 두 가구 이상 쪼개는 ‘1+1 재건축’이 늘어날수록 이 같은 갈등이 발생할 소지는 더 크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재건축 사업에는 수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엮이는 데도 재건축 조합은 속도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동·호수 추첨 등 조합들이 참고할 수 있는 모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조합 갈등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