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식용유값 폭등에 김밥·토스트 등 서민음식 가격도 '들썩'

김성훈 기자I 2017.01.08 07:00:00

재료비 부담 급증 탓 명절 앞둔 전집 골목은 ''망연자실''
조류독감 여파로 대형마트 등서도 잇따라 계란값 인상
남미 홍수피해로 식용유값도 올라..영세상인들 직격탄

6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공덕역 인근 전통시장 골목에 자리한 전(煎)집 상인들이 점심 시간 손님 맞이 준비에 분주하다. (사진=김성훈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김보영 유태환 기자] 지난 주말 서울 지하철 5호선 공덕역 인근 전통시장. 점심 시간이 다가오자 골목 입구에서부터 고소한 냄새가 시장 안을 가득 메웠다. 골목 빼곡히 들어선 전(煎)집 상인들은 손님 맞이를 위해 전과 튀김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재료값이 많이 올랐을 텐데 가격도 올랐냐”는 기자의 질문에 상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 상인은 “가뜩이나 불경기에 지금 당장 가격을 올리면 그나마 오는 손님들도 발길을 끊을 것 아니냐”면서도 “부담이 큰 건 사실이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시청 앞 거리에서 15년째 토스트를 팔고 있는 김선옥(53)씨는 며칠째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루고 있다. 달걀값과 식용유 가격이 크게 올라 원가부담이 커진 탓이다. 몇년째 1500원을 지켜온 토스트 가격을 이참에 올릴까 생각도 했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고 했다. 김씨는 “주변에 비슷한 가게들이 많은데 다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이참에 업종을 바꿔야 하나 싶기도 하고 착잡하다”고 말했다.

◇계란·식용유 대란에 영세상인들 ‘울상’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황금알’(金卵)이 된 계란 가격에 영세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중적인 식재료인 계란값이 치솟자 아침 출근길 직장인들에게 팔던 토스트·김밥집은 물론 제과점·전집 등 영세상인들은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는 6일부터 전국 147개 전 점포에서 파는 계란 30개들이 한 판(대란 기준) 판매가를 8.6% 추가 인상했다. 이번 인상으로 6980원이던 30개들이 한 판 계란 소비자가는 7580원으로 올랐다.

홈플러스는 7일부터 전국 142개 전 점포에서 파는 계란 30개들이 한 판(대란 기준) 가격을 9.6% 또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7290원이던 30개들이 한 판 가격은 7990원으로 뛰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남미 홍수로 식용유 원료인 콩 수입량이 줄어든 탓에 식용유값까지 뛰어오르면서 영세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제일제당, 롯데푸드, 오뚜기 등 식용유 제조업체들은 식용유의 B2B 거래가격을 7∼9% 인상했거나 인상할 예정이다.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정규림(37)씨는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들과 경쟁할 수 있었던 비결은 착한 가격에 덤으로 오가는 정이었는데 AI 여파로 치명타를 입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코 앞으로 다가온 설 대목이다. 부쩍 줄어든 손님에 일 년에 두 번 뿐인 명절 대목마저 위태로워지자 상인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서울 봉천 시장에서 전집을 운영하는 이모(52)씨는 “저렴한 가격 덕에 서민들이 부담 없이 찾는 곳인 설 대목을 앞두고 재료비 감당조차 힘들어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재료비 상승에 김밥·토스트값도 올라

버티다 못해 가격을 올리는 가게들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마포구에서 김밥집을 하는 황모(42)씨는 최근 손님들에게 사정을 구하고 계란김밥의 가격을 500원 올렸다. 황씨는 “재료비 감당이 안 돼 손님들이 주문할 때 따로 양해를 구하고 있다”며 “곧 메뉴판도 수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학생들과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로 북적이는 대학가와 노량진 일대는 가격 조정에 더욱 민감하다. 서울 노량진에서 토스트를 파는 김석모(44)씨는 “손님들 대부분이 젊은 직장인 아니면 고시생들인데 서로 사정이 어려운 걸 뻔히 아는 처지에 원가가 올랐다고 바로 가격을 올릴 수는 없다”며 “버틸 수 있을 때까진 버텨볼 생각이지만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생 손지영(22)씨는 “자취생이다 보니 학교 가는 길에 토스트로 아침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단골 가게 가격이 1500원하던 토스트 가격을 2500원으로 올렸다”며 “사장님이 계속 미안하다고 하는데 사는 내가 다 미안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외 수입을 통해 일단 급한 불을 끌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계란 수급 안정을 위해 신선 계란을 수입하는 국내 업체에 항공 및 선박 운송료 50%를 지원하기로 했다. 다음달 28일까지 신선 계란을 항공기와 선박으로 수입하면 운송료를 50% 정부가 부담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실무 협의를 마무리하고 검역 및 위생검사 등을 차질없이 진행해 늦어도 이달 20일 전까지 수입산 계란을 들여올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식용유가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