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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추경 쪽박'까지 깨트려선 곤란하다

논설 위원I 2016.07.29 06:00:00
추가경정예산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에 대한 정치권의 이견으로 옴짝달싹 못하는 형국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26일 국회에 제출된 11조원 규모의 ‘구조조정·일자리 추경안’을 다음달 1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자는 입장이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누리과정 예산 대안부터 내놔야 한다며 추경 심사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추경을 편성할 정도라면 상황이 꽤 다급하다는 얘기다. 우리 경제는 2년 내리 2%대 저성장이 확실시되고 청년실업은 사상 최고로 치솟는 등 형편이 여간 어렵지 않다. 수출은 18개월째 감소세이고 내수도 부진한 터에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까지 겹쳤으니 상황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우려하던 브렉시트 후유증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으며 몇달 뒤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보호무역주의 대폭 강화가 예상되는 등 대외 여건도 매우 비우호적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추경도 시기를 놓치면 기대한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국회 시정연설(황교안 국무총리 대독)에서 “추경은 그 속성상 빠른 시일 내에 신속히 집행돼야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그래서다. 그런데도 더민주가 구조조정이나 일자리와 전혀 별개인 누리과정을 추경과 연계하고 나선 것은 ‘정책 끼워팔기’란 고질병이 또 도진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사진=연합뉴스)
집권 경험도 있는 더민주가 이런 후진 행태에 젖어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현실론적 접근으로 과시했던 수권정당의 면모가 다시금 빛을 잃는 모양새다. 추경 대가로 ‘서별관회의’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 대상에 포함시키는 전과를 올려놓고 이제 와서 박 대통령에게 “추경이 왜 필요한지 제대로 된 설명조차 내놓지 못했다”며 딴죽 거는 것은 정치 도의에도 어긋난다.

그러고도 누리과정 예산을 반영하면 추경안을 통과시켜 주겠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자기모순이 아니다. 야당이 경제 발목잡기로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유도하면 할수록 스스로의 집권능력을 위축시키는 부메랑 효과가 커진다는 역설을 명심해야 한다. 가뜩이나 경기에 불씨를 지피기에는 규모가 크게 모자란 것으로 간주되는 추경이 시기마저 놓쳐선 안 된다.

2016년도 추가경정예산안

- 유일호 "추경, 직접 관련 없는 이슈로 지채되면 안 돼" - "참을만큼 참았다" 공조취하며 與압박 나선 야3당..추경 연계도 시사 - 與 “野, 누리과정예산 볼모로 추경 발목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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