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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김선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4일 연 최 전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있다고 보여 증거 인멸 우려가 없어 보인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에 의하면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은 충분하다고 보인다”며 “다만 피의자 신분과 가족관계 경력에 비춰보면 도주 우려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 전 회장은 지난 4월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이 발표되기 직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장녀(30)·차녀(28) 등과 함께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총 96만 7927주(발행주식 0.39%)를 약 27억원에 전부 팔아치워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피한 혐의를 받았다. 회피한 손실액은 1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오너 일가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주식 먹튀’ 의혹이 일자 금융당국은 최 전 회장의 내부 정보 이용 의혹 규명에 나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지시로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 조사에 착수했고 금융중점청인 서울남부지검 수사로 이어졌다. 검찰은 지난달 11일부터 한 달 가까이 최 전 회장의 자택과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삼일회계법인 관련자를 불러 조사했다. 특히 주식매각 직전 최 전 회장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진 삼일회계법인 안경태 회장도 두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최 전 회장은 “남편인 고(故)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2006년 세상을 떠난 뒤 주식을 물려받았다”며 “상속세를 내기 위해 받은 대출금을 갚기 위해 매각한 것”이라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검찰은 그러나 압수수색과 참고인 소환 조사 등으로 수집한 증거를 통해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며 지난 12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미공개 정보 이용으로 수억 원 이상을 챙겨 구속된 사례가 여러 건 있는데 이 사건은 회피 이익이 10억원 이상”이라며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판단은 검찰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추가 조사를 거쳐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최 전 회장은 영장이 기각된 이후 피곤한 표정으로 서울남부지검 청사를 나섰다. ‘심경이 어떤가’ ‘혐의를 인정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미리 준비된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청사를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