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 vs 환기'…홍콩의 밤 달군다

김용운 기자I 2016.05.23 06:16:00

서울옥션·K옥션 홍콩경매 동시에 나서
29일 그랜드하얏트 호텔서 3시간 간격
각각 ''무제 3-V-71 # 203'' ''무제'' 등
김환기 작품 간판으로 내세워
''최고가 경신'' 여부 관심 높아

국내 미술품 중 최고가 기록을 가진 김환기의 또 다른 작품이 오는 29일 서울옥션과 K옥션의 홍콩경매에서 간판작품으로 나선다. 김환기의 ‘무제 3-V-71 203’(1971·위)은 서울옥션 경매에서 추정가 30억~40억원에, ‘무제’(1964∼1965)는 K옥션 경매에서 추정가 10억~15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사진=서울옥션·K옥션).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아시아 미술경매시장의 중심지인 홍콩에서 수화 김환기(1913~1974) 작품이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사의 메인 작품으로 나선다. 서울옥션과 K옥션은 오는 29일 홍콩에서 여는 경매에서 각각 김환기의 작품을 간판으로 내세워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한국작품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가늠한다.

◇김환기 국내 최고가 자체 경신하나

서울옥션은 19회째를 맞는 홍콩경매에 총 76점을 낸다. 작품 전체의 추정가는 161억원이다. 29일 오후 6시(현지시간)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개최하는 이번 경매에서 가장 비싼 작품은 김환기의 1971년 작 ‘무제 3-V-71 203’으로 추정가가 30억원에서 40억원 사이다.

김환기의 작품 중 지난 4월 서울옥션의 제18회 홍콩경매에 출품한 1970년 작 ‘무제’는 당시 48억 6750만원(3300만홍콩달러)에 낙찰되며 김환기의 1971년 작인 푸른색의 전면 점화 ‘19-Ⅶ-71 209 203’이 가지고 있던 47억 2100만원(3100만 홍콩달러)의 국내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이번 경매에 선보이는 김환기의 작품 4점 중 ‘무제-3-V-71 203’은 이전까지 경매에 나왔던 김환기의 전면점화와 달리 네 가지 색을 활용해 각기 다른 기법으로 표현한 특이한 작품이다. 지난 홍콩경매에서 국내 최고가 미술품으로 등극한 1970년 작 ‘무제’의 당시 경매 시작가가 35억원이었던 만큼 ‘무제 3-V-71 203’도 최고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외에도 1966년 색면 추상작품인 ‘무제 27-7-66’도 추정가 10억~15억원에 출품한다.

생존 작가 중에는 이우환의 1990년 대작 ‘바람과 함께’(With Winds)가 10억원, 단색화가인 박서보의 ‘묘법 No.34-81’이 2억 5000만원에 나왔다. 하종현과 정창섭, 윤형근 등 한국 추상화가의 단색화를 비롯해 박수근의 ‘고목과 아이들’도 홍콩에서 새로운 주인을 찾는다. 아울러 신학철·임옥상·이종구 등 1980년대 한국 민중미술을 이끌었던 작가의 작품도 경매에 출품한다. 고미술품 20점 중에는 고려시대 부안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는 ‘청자상감매죽학문매병’과 일본 오사카 동양도자미술관에서 전시했던 ‘백자연환문투각필통’이 각각 7억 5000만원과 1억 8000만원에 나왔다.

서울옥션이 홍콩경매에 선보이는 한국 리얼리즘 작가 신학철의 ‘한국근대사-관동대지진’(사진=서울옥션).


◇‘서울·뉴욕 혼재’ 김환기 1960년대 작품 재평가받나

서울옥션보다 3시간 앞서 같은 장소에서 다섯번째 홍콩경매를 진행하는 K옥션은 김환기의 1960년대 작품을 간판으로 세웠다. 김환기가 1964년에서 1965년 뉴욕시절 초기에 그린 ‘무제’는 추정가 10억∼15억원으로 K옥션의 홍콩경매에 출품한 68점 중 가장 비싸다.

‘무제’는 김환기가 파리에서 서울로 돌아온 이후의 특징과 초창기 뉴욕시대의 특징이 모두 들어가 있다. 서울시대에서 주로 다뤘던 산과 별 등 한국 자연의 이미지가 남아있지만 이들은 이전보다 더욱 추상적인 이미지로 변모했다. 또한 푸른 바탕의 캔버스에 쪽빛·물빛·반물·감파랑 등 김환기가 즐겨 사용한 파란 색감을 한데 모은 작품이란 점이 매력적이다. 이는 김환기가 1970년대 전면 추상으로 넘어가기 이전의 작품세계가 고스란히 나타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제’ 외에도 뉴욕 1기(1964∼1966)에 해당하는 김환기의 ‘I-1964’는 추정가 5억~10억원에 나온다. K옥션이 홍콩경매에 내놓은 김환기의 작품은 총 7점이다.

국내 생존작가 중 해외 애호가로부터 가장 인기가 높은 이우환의 ‘바람으로부터’를 비롯해 ‘바람과 함께’ ‘조응’ 등 연작 7점도 나왔다. 이 중 추정가가 가장 높은 작품은 1992년 작 ‘바람과 함께’로 3억~5억원이다. 이밖에 정상화의 ‘무제 06-2-10’은 추정가 3억 8000만~ 6억원, 한민족을 상징하는 흰색으로 구성한 ‘무제 82-7-3’은 추정가 4억~6억원에 나왔다.

외국작가 작품 중에서는 중국작가 웨민쥔의 2006년 작 ‘세상보기’(Looking at the World)가 추정가 7억 5000만∼15억원에 나와 눈길을 끈다. 경매에 나온 68점의 총 추정가는 98억원이다.

손이천 K옥션 홍보팀장은 “세계 양대 경매회사인 크리스티가 28일부터 31일, 소더비가 30일 홍콩에서 경매를 진행하는 등 이른바 가장 ‘핫’한 홍콩옥션 주간에 국내 경매사도 참여하게 됐다”며 “한국의 김환기 작품과 단색화가의 작품은 글로벌 컬렉터가 가장 공감하고 선호하는 작품이니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K옥션이 홍콩경매에 내놓는 중국작가 웨민쥔의 ‘세상보기’(Looking at the World)(사진=K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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