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신·방송업계 안팎에서는 ‘세종차사(世宗差使)’라는 말이 유행이다. 심부름을 간 사람이 소식이 없는 ‘함흥차사(咸興差使)’를 빗댄 말인데, 합병 당사자인 SK나 CJ뿐 아니라 KT나 LG유플러스 같은 경쟁회사들도 답답해하고 있다.
공정위가 있는 세종시에 직원을 보내 공정위가 피심의인에게 심사보고서를 보냈는지, 전원회의 일정은 잡혔는지 알아오라고 했지만, 깜깜무소식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공정위는 시장구조개선정책관실 기업결합과 명의로 두 차례 보도 해명 자료를 냈을 뿐이다. 시정조치 방향이나 내용, 일정은 결정된 게 없고(4월 19일), 역대 최장기간을 넘어서지 않았다(4월 20일)는 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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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20일 해명자료에서 NXP의 Freescale Semiconductors Ltd 인수 건(약 6개월), 에실로아메라인베스트먼트의 대명광학 인수 건(약 12개월), 롯데쇼핑의 CS유통 인수 건(약 7개월) 등은 심사기간이 5개월을 넘겼다고 상기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공정위의 심사기한이 지나치게 늘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주주들의 불안감과 CJ헬로비전 임직원들의 고통,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경쟁이 아닌 ‘헐뜯기’ 전쟁만 남은 업계 분위기 때문이다.
일부 주주가 합병결의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했지만, 헬로비전 발생주식의 73.06%에 달하는 주주들은 이번 합병을 찬성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심사 지연으로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기일이 4월 1일에서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헬로비전 역시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가입자가 줄고 투자비가 정체되고 있으며 신규직원 채용은 아예 중단됐다.
이 M&A는 국내 방송통신 시장 구조개편의 신호탄이 되는 만큼, 정부가 허가할지 불허할지 허가한다면 어떤 조건을 달지 꼼꼼히 들여다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가 지상파 방송사들의 직·간접적인 합병반대 보도나 4.13 총선 이후 변화된 정치지형에 눈치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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