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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외국인…서울시민필하모닉 첫공연 올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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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기자I 2015.08.17 06: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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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거친 서울시민들로 구성
60대가장·외국인강사·취업준비생 등
1차 서류부터 오디션…107명 지원자 중 43명 선발
김덕기 지휘자+김지환 예술감독 진두지휘

서울시민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6일 서울 용산구 용산가족공원 야외무대에서 김덕기 지휘자의 지휘봉에 맞춰 창단 첫 공식무대인 광복 70주년 기념음악회 ‘푸른 광복, 풀밭 위의 콘서트’의 리허설을 하고 있다. 이날 공연은 갑작스러운 우천으로 아쉽게 연기됐다. 서울시민필은 오는 10월 서울시민예술제 ‘제2회 생활예술오케스라축제’에서 두 번째 연주기회를 갖는다(사진=세종문화회관).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피아노학원원장·교사·외국인·취업준비생 등. 지난달 일반 서울시민으로 구성한 서울시민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시민필)가 야심차게 출범했다. 이제 한 달째다. 자치단체(서울시)와 관(세종문화회관), 민간(한국생활예술인협회·코아마)이 손잡고 순수 시민오케스트라를 창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원자 107명 중 지난달 12일에 오디션을 거쳐 43명의 단원을 선발했다. 이어 18일 첫 연습을 시작으로 한 달여 만에 올릴 첫 야외무대를 준비해왔다. 순수민간 연주단체가 광복 70주년 기념음악회에 참가한다는 것도 이례적. 이들은 16일 서울 용산구 용산가족공원에서 ‘음악을 통한 나의 광복’이란 주제로 ‘푸른 광복, 풀밭 위의 콘서트’를 열 예정이었으나, 이날 갑작스러운 우천으로 아쉽게 공연은 연기됐다.

시민필의 상임지휘자를 맡은 김덕기 서울대 교수는 “다른 일을 하면서 음악을 해왔던 이들이다. 단원들의 열정을 따라갈 악단은 없을 것”이라며 “따라서 여기서 내 역할은 기술적 조언뿐이다. 음정 박자, 좋은 소리를 어떻게 내는지 등 음악적 조화와 테크닉만 일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같은 경우 아마추어 악단이나 클래식 관람 문화가 잘 이뤄져 음악가와 관객의 교감이 남다르다”며 “시민과 클래식을 향유할 수 있는 한국에서의 이런 기회가 더 많아져 클래식이 생활체육처럼 일상에 가까워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휘자, 손수 의자 옮기며 자리정돈도

“모두 100% 소리를 내고 있잖아요. ‘강하게’란 지문이 있더라도 80% 소리만 내는 것이 좋아요. 옆사람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3번 두 번째부터. 다시!”

지난 8일 연습실에서 만난 서울시민필 단원 첼로 조광일(왼쪽부터), 오보에 이지원 학생, 바이올린 월시 널래그.
첫 공연까지는 D-8. 지난 8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5층 연습실. 무더위에 연습실은 땀냄새로 가득했지만 단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연습곡은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 김 지휘자의 요구는 집요했다. “좀더 소리를 감싸 안듯이요. 빨라지면 안 됩니다.” 연주를 중간중간 끊어가며 주문하다가도 “네 그렇게. 맞아요”라는 추임새도 잊지 않았다. 그때마다 오케스트라의 음색과 크기, 속도가 조금씩 다듬어졌다. 어떤 구절은 원하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의 지휘봉이 다시 움직일 때마다 더욱 깊고 구성진 가락이 흘러나왔다. 시연이었지만 클라이맥스에 도달했을 땐 전율이 느껴졌다.

단원들은 “처음에는 내 소리에만 열중하다 보니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휘자의 말대로 하니까 좋은 소리가 나더라. 처음 오케스트라에 합류해 연주를 해보는 건데 매일이 새롭다”고 말했다.

이번 콘서트의 레퍼토리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9번’ 외에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 1번, ‘그리운 금강산’ 등. 김 지휘자는 “일단 공연 날이 촉박한 만큼 많이 알려지고 어렵지 않은 곡을 골랐다.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9번’ 4악장이나 ‘그리운 금강산’은 광복절과도 잘 어울린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앞서 연습 전에는 김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단원들의 자리배치가 다시 이뤄지기도 했다. “서로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으려면 지휘자를 중심으로 타원형을 둘러앉아야 해요. 플루트 더 가까이, 아니요. 좀더 이렇게….” 손수 의자를 옮기며 10여분간 자리 정돈에 나선 김 지휘자는 악기 조율하는 법도 다시 일러줬다. “우선 관악기, 그다음이 현악기 순입니다. 다른 파트가 악기를 조율할 땐 절대 소리를 내서는 안 돼요. 혹 시간이 더 필요하면 악장에게 신호를 보내면 됩니다.”

△단원 된 사연 100가지 이유

16일 서울 용산구 용산가족공원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는 서울시민필(사진=세종문화회관).
시민필은 코아마 회원 57명과 일반시민 43명을 합쳐 구성했다. 단원 중에는 아버지가 첼로, 어머니는 바이올린, 아들이 비올라를 맡아 가족 전체가 선발된 경우도 있다. 아버지 조광일(62) 씨는 단원 중 최고 연장자이기도 하다. 조씨는 “워낙 음악을 좋아했다. 퇴직 후 첼로를 배우게 되면서 온 가족이 참여하게 됐다”며 “나이 탓인지 지휘자 주문에 빨리빨리 못 따라가 아쉽고 진땀도 나지만 보람이 크고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외국인 단원 월시 널래그(39)는 한국에 와 외국어 강사를 하다 이번 시민필에 지원해 참여하게 된 케이스. 널래그는 “바이올린을 배우다가 손을 놓았는데 이번 계기로 활을 다시 잡게 돼 가슴이 벅차다. 지휘자의 말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진짜 소리가 달라졌다”며 김 지휘자를 극찬했다.

최연소자인 오보에 이지원(16) 학생은 “신문을 보고 지원하게 됐다. 전공은 아니지만 큰 경험과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단원 중에는 취업을 준비하며 흔들렸던 의지를 다잡기 위해 나선 청년도 있고, 중학교 남학생을 가르칠 인내심을 가지려고 단원이 된 교사 연주자도 있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서울시향 단원과 멘토링을 통한 파트연습을 진행하고, 일상에 예술의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광복절 공연 후에도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단원도 수시로 충원해 시민오케스트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서울시민필 단원들이 지난달 18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5층 연습실에서 모여 첫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세종문화회관).
김덕기 지휘자와 서울시민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6일 서울 용산구 용산가족공원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사진=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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