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의 소송전을 앞두고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자료에 담긴 내용들이 기존 주장의 재탕에 불과한데다 법적 근거도 약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합병비율 등 적법하게 처리
엘리엇은 이날 오전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www.fairdealforsct.com)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관한 견해’라는 제목을 단 27쪽 분량의 보고서를 게재했다.
엘리엇이 제시한 합병 반대의 근거는 △합병비율 부당 △삼성물산 주가 찍어 누르기 △제일모직 가치 과대평가 △불합리한 자사주 매각 △신규 순환출자 발생 등 크게 5가지다. 우선 그동안 꾸준히 제기해 왔던 합병비율 산정의 부당함을 또 다시 주장했다.
삼성은 지난달 26일 합병을 발표하면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1대 0.35로 산정했다. 엘리엇은 두 회사의 장부가 합계 18조2000억원 중 삼성물산이 74%를 차지하는데 합병비율이 0.35에 불과한 것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양사의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형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등) 상장법인은 합병비율을 시가로 산정하게 법으로 정해져 있다”며 “이 부분은 아주 명백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법을 무시하겠다는 발상이 아니라면 법대로 산정된 합병비율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삼성이 합병 추진을 위해 삼성물산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엘리엇의 주장도 현재 건설업계 업황을 감안하면 근거가 약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삼성물산·현대건설(000720)·대우건설(047040)·GS건설(006360)·대림산업(000210) 등 5대 건설사의 올해 5월까지 누적 수주 건수는 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7건에 비해 눈에 띄게 감소했다.
특히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005930) 지분 등의 자산을 제외하고 계산한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06으로 0.6~0.9 수준인 경쟁사의 PBR에 비해 턱없이 낮다고 지적했지만, 주요 자산을 빼고 PBR을 계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물산과 달리 합병 상대인 제일모직의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문제 제기도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합병 발표 직후인 지난달 27일 국내 주요 증권사는 제일모직의 목표주가를 20만~28만원 수준으로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현재 제일모직 주가가 17만1500원(18일 기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시장에서 합병 이후 발생할 시너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KCC에 자사주 5.76%를 넘긴 데 대해 “이번 조치로 삼성물산 주식 가치가 떨어졌고 주주의 권리도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11일에는 법원에 자사주 의결권 금지 가처분 소송도 제기했다.
그러나 이는 기존에 판례가 있는 사안이다. SK(003600)는 지난 2003년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 당시 보유 중인 자사주를 채권단에 매각해 우호지분을 확대했으며, 법원은 소버린이 제기한 의결권 금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사주 매각이 적법하게 이뤄졌다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 중인 삼성SDI(006400)(7.39%)와 삼성화재(000810)(4.79%)가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도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현행법으로 이를 막을 근거는 없다.
마지막으로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경우 최소 5가지 이상의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생겨 규제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지만, 삼성 측은 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합병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와의 협의를 거쳐 순환출자 해소 방법 등을 결정할 것”이라며 “법적으로 6개월 내에 해소하면 되기 때문에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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