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공약(空約) 홍수]②격전지 관악을, 매니페스토는 낙제점

김정남 기자I 2015.04.21 06:11:02

격전지 관악을, 후보 6명 모두 재원계획 안 밝혀
인천·성남·광주 등도 두루뭉술한 공약들 상당해
"유권자부터 각 후보들 정책공약에 관심 가져야"

선거공약은 유권자를 위한 선물이 아니다. 혈세를 통해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지 제안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약은 공적계약으로 불린다. 선거는 후보가 공약을 통해 대의를 위임받는 절차인 셈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 당연시되고 있다. 이번 4·29 재보선은 어떨까. 이데일리가 각 후보들의 공약 실상을 점검해봤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정남 강신우 기자] 야권 거물인사인 정동영 전 장관이 손수 출격한 서울 관악을. 이번 4·29 재보선 4곳 중 최대 관심지역이자 격전지역으로 꼽힌다. 30년 가까이 야권의 텃밭이었던 관악을은 새누리당의 지역일꾼론,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권심판론과 함께 국민모임의 등장으로 야권의 내부 전쟁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다.

하지만 관악을은 매니페스토 선거에 있어서는 ‘낙제점’ 수준이었다. 선거 프레임이 짙게 형성된데 비해 정책공약은 다른 지역구보다 허술한 것으로 이데일리 분석 결과 파악됐다.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는 △싱글커뮤니티센터 설치 △방범 폐쇄회로(CC)TV 증설 △관악큐브 청년창업밸리 조성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예산이 어느 정도 소요될 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정태호 새정치연합 후보가 내건 △관악교육재단 설립 △싱글용 매입형 공공임대주택 확대 △중소상인 세제지원 한도 확대 등도 재원계획이 빠져있었다. 두 후보는 경전철 등 개발사업에 수천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만 했다. 정동영 무소속 후보도 각 공약에 재원조달방안을 밝히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회의원 후보들이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없는 공약들을 남발하고 있다. 순전히 당선되면 혼자 추진해서 달성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면서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했다.

◇인천·성남·광주 등도 두루뭉술한 공약들 상당해

또다른 격전지인 인천 서·강화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안상수 새누리당 후보는 강화~영종간 연도교 건설을 공약했지만 민간자본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것 외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 지원, 검단노인문화센터 설립 지원 등 역시 마찬가지다. 박종현 정의당 후보의 재원계획도 전반적으로 두루뭉술했다.

신동근 새정치연합 후보 정도만 그나마 △검단 공공도서관(2016~2017년, 100억원) △어린이도서관·생활도서관(2016~2017년, 10억원) △검단 국민체육센터유치(2016~2018년, 80억원) △인천 제2의료원 검단 설립(2015~2020년, 1500억원) 등으로 공약을 구체화했다.

지방으로 갈수록 매니페스토 선거는 더 잘 지켜졌다. 성남중원의 경우 정환석 새정치연합 후보가 비교적 상세히 기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교 무상교복 사업(매년 23억원)을 비롯해 초등학교 학습준비물센터 활성화(매년 3억원), 아토피·천식 안심학교 확대 사업(매년 1억원) 등이다. 김미희 무소속 후보도 각 공약에 대한 소요예산 등을 밝혔다.

다만 신상진 새누리당 후보는 공약에 대한 재원조달방안이 명확하지 않았다.

광주 서을은 천정배 무소속 후보의 공약이 더 구체적이었다. 천 후보 정도만 △자동차산업 융합캠퍼스 및 창업보육센터 설립(2310억원) △김대중인권평화대학원 대학교 설립(1000억원) △중앙공원 일대 생태통로 및 수목원 조성(660억원) △글로벌 교육센터 설립(3억원) 등을 공약했다.

조영택 새정치연합 후보 역시 재원계획을 상당부분 냈지만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한 이행방법이 다소 흐릿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창동 에너지밸리 조성 △마륵동 교육문화특구 조성 등도 소요예산이 명시되지 않았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는 “광주의 경우 자동차산업 유치 관련 공약들이 눈에 띄었는데, 예산이 얼마나 드는지는 거의 없었다”면서 “국회의원도 어느 정도 예산이 드는 사업인지는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권자부터 각 후보들 정책공약에 관심 가져야”

정치권 안팎에서는 유권자 스스로 각 후보들의 정책공약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후보들은 재원조달 전에 그 사업에 대한 파악도 제대로 안 됐을 것”이라면서 “일단 유권자들부터 실현 가능한 정책인지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시·도지사 등을 대상으로 각 공약사업의 목표·우선순위·이행절차·이행기한·재원조달방안을 게재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66조를 국회의원까지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은 윤후덕 새정치연합 의원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계류돼있다. 다만 그간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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