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 24일 아침 앞으로 어떤 운명에 처해질 지 모르는 팬택 공장에서 만난 직원들이 한 얘기다. 팬택 주력 생산시설이 있는 김포시 통진읍 옹정리 공장을 방문하기위해 김포 산업단지 48번 국도에서 좌회전을 하자마자 자욱한 안개를 만났다. 팬택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날은 팬택 직원의 공식적인 올해 마지막 출근 날이었다. 올해 5~6월만해도 1000여명이 북적대던 공장에는 80여명 직원들만 남아있다. 이들은 연말 휴가와 1월 강제휴가를 보내고 2월에야 복귀한다. 빈 자리는 지금 휴가 중인 직원들이 대체한다.
이날이 팬택에서의 마지막 출근 날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팬택이 끝내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청산절차를 밟는다면 벤처신화의 주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이들은 돌아갈 곳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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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업무는 재고로 쌓아둔 베가시리즈 1만1000대 출하작업이었다.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휴대폰 출고가를 크게 낮추고서야 겨우 판매를 할 수 있었던 셈이다. 남은 재고 10만대는 주인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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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전자 때 입사해 하이닉스, 큐리텔, 팬택까지를 모두 경험한 28년 산증인인 신재덕 부장은 “(새 주인을 찾는 일이나 청산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직원들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담담하게 업무를 하면서 희망적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생계를 위협받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 팬택 건물 1층 휴게실 한 켠 직원들이 포스트잇에 남겨놓은 사연에는 팬택 회생을 염원하는 직원들이 바램이 담겨있다. 상암동 본사 직원들이 일손이 부족한 김포 팬택공장에 파견나와 일한 후 남긴 격려의 글들이다.
“Vega야 언능 기운차리자! 아자 아자”, “말보다는 행동으로 팬택의 부활에 동참하겠습니다”, “베가가 다시 빛나는 그날이 올때까지 모두 화이팅!!”
포스트잇에 담긴 염원처럼 팬택에게 또 한번의 기회가 돌아올까. 이곳이 이들의 보금자리가 돼 환하게 웃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운명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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