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알래스카 자연보호구역에서 사슴 증식을 위해 늑대를 모조리 없애도록 했다. 그 후 사슴 개체수는 대폭 늘었지만 예기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 늑대의 위협이 없어진 사슴들은 모든 식물을 먹어치웠고, 이로인해 생태계가 황폐화돼 되레 멸종위기에 처했다. 생태계의 복수다. 시장경제는 자연 생태계와 유사하다.
서민을 보호하기 위해 소형아파트 분양가를 제한했다. 결과적으로 소형아파트 값은 폭등했다. 채산이 맞지 않는 소형아파트를 짓지 않은 결과로 공급이 부족하게 된 것. 부동산 가격 통제를 위한 세금 폭탄은 전국적인 부동산 폭등을 촉발했다. 바로, 시장의 복수다. 의도한 바와 반대 결과들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 시장이다. 시장은 도전에 반응하는 살아있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생태계를 이해하지 않고 결과만을 목표로 하는 순진한 정책은 생태계와 시장 복수에 직면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경제 민주화 논쟁이 뜨겁다. 대선 후보들은 연일 경제민주화의 강도를 높이는 반면, 재계에선 난색을 표명하고 일부 지식인들은 과도한 경제 민주화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 민주화는 적어도 학문적으로 정의돼 있지 않기 때문에, 백인백색의 경제 민주화 논의가 난무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경제민주화 본질을 분석해 보자. 경제 민주화는 결과·과정 지향주의로 나누어 접근해 보자. 결과 지향적 경제 민주화는 과거 공산주의 결과의 평등 추구와 같이 시장의 복수를 초래한다. 극빈층을 보호하기 위한 이자제한법과 같은 제도가 의도한 바와 반대로 서민들을 제도권 밖으로 몰아내 초고금리 사채를 쓰게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곧 기업가정신을 말라 비틀게 하고 국가의 성장동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남유럽 사태에서 충분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과정 지향적 경제 민주화는 정당한 과정의 룰에 대한 논쟁의 늪을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기득권 위주의 정책 결정 구조에서는 대 중소기업 문제와 같이 양극화로 치우칠 우려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한 우리 사회의 발전은 정당한 과정으로서 경제 민주화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를 단순화 시켜 본다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문제다. 바로 이 과정에서 경제 민주화가 되어야 한다. 성장의 결과가 적절하게 분배돼 복지로 연결될 때 이 사회는 다시 지속가능한 성장 잠재력을 얻는다.
재취업 복지가 없는 구조에서 노동 시장은 경직화 된다. 사회적 비용이다. 기업가 재도전이 없는 사회는 혁신을 회피하게 돼 일본과 같은 무기력증에 빠지게 된다. 실패에 대한 지원, 복지의 안전망이 없는 국가는 기업가정신의 쇠퇴와 노동시장 경직화로 성장 잠재력을 잃게 된다. 여기서 문제 핵심이 드러난다. 정부는 성장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분배 구조를 만드는 역할이라는 것. 시장 경제라는 생태계의 복수를 초래하지 않는 적정한 균형 감각이 정부의 역할이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정치권 주장을 뜯어보자.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것은 정부도, 정치도 아니다. 정부의 반값 등록금, 무상보육·의료 등은 민간이 창출한 부에서 거둔 세금으로 국가가 재분배할 뿐인 것이다. 국가가 무언가를 무상으로 베풀어 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가는 중간 조정자일 뿐이다. 국가는 재정 수입 범위 내에서 사회 선순환을 위한 자원 분배를 국민과 더불어 합의를 보는 것이 바람직한 경제민주화다.
이 과정에서 개별적인 복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재취업·의료 지원, 무상보육과 같은 수많은 복지 항목들 중 국민과 더불어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이 경제민주화다. 대중소기업이 상호 협력하는 공정한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경제민주화다. 대기업을 규제하는 것이 중소기업을 위한다는 생각은 너무 단편적이다. 대기업의 정당한 M&A는 중소벤처의 촉진제가 된다. 시장 전 생태계를 선순환 시키는 것이 과정으로서 경제 민주화 본질이다. 여기에 노블리스 오블리쥬와 사회적 기업들이 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제 민주화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