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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 정육점도 美 쇠고기 판매 ''손사래''

노컷뉴스 기자I 2008.07.01 07:57:43

당분간 판로확보 어려울 듯… 수입육협회는 직영점 판매준비

[노컷뉴스 제공]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만에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검역증이 발급됐다.

이에 따라 검역증이 발급된 85톤의 뼈없는 쇠고기는 당장이라도 시중에 유통될 수 있지만 막상 지역 도매정육점들은 아직 악화된 국민감정이 돌아서지 못했다고 판단, 당분간 미국산 살코기를 팔 계획이 없는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 검역증은 발급됐지만 시장은 '글쎄'

지난해 10월 등뼈가 발견돼 검역이 중단되기 직전 국내에 반입된 미국산 뼈없는 살코기는 5,300여톤. 이 가운데 85톤이 장관고시가 발효된 지 4일만인 지난달 30일 검역을 통과했다.

장관고시 발효 이후 검역 신청이 잇따른 것을 감안하면 경기도 용인 일대 등 12곳의 냉동창고에 보관중인 2,000여톤의 냉동물량 역시 이번주 검역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부산 감만항 냉동창고에 보관중인 3,000여톤의 물량 가운데 일부도 검역을 위해 민주노총의 출하저지를 뚫고 수도권 일대로 출발했다.

이에 따라 9개월만에 시중에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산 뼈없는 살코기의 판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롯데마트와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할인마트들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국민 여론을 의식한 듯 현재까지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검역을 통과한 물량 가운데 일부는 당초 각 지역 축산물도매시장으로 유통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중간도매상들 역시 당분간 미국산 쇠고기를 팔 생각이 없는 것으로 취재결과 밝혀졌다.

▶ 지역 도매상들 "미국산이라면 당신은 지금 먹겠어?"

지난달 30일 서울 독산동에서 만난 도매정육점 사장 용혜선(60.여)씨는 광우병 논란 이후 동네 정육점과 음식점들의 쇠고기 주문이 거의 끊겼다고 울상을 지었다. 미국산은 커녕 국내 한우조차 수요가 없다는 것.

15년째 정육점을 운영해온 용씨는 "미국산 쇠고기를 사먹을 사람이 어디 있냐"며 "찾는 사람도 거의 없어 미국산을 들여놓을 생각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씨는 이어 "이 근방에 벌써 문닫은 정육점만 수두룩하다"며 "다른 도매상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근에서 영업중인 또다른 업체 사장 역시 "지난 2003년 광우병 논란이 터졌을 때보다 분위기가 더 안좋다"며 "아마 올해를 넘겨야 국민여론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2,500여개 업체가 몰려있는 서울 마장동 축산물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문의하는 동네 정육점과 음식점이 거의 없는 것은 물론 오후 4시 장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소매 손님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광우병 논란이 한우 소비마저 줄어 미국산 쇠고기 판매는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것. 한우와 수입육을 교차판매 하는 모 업체 사장은 "지금 미국산이라면 누가 먹겠냐. 당신이라면 먹겠냐"며 미국산 쇠고기의 시중유통 가능성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중소형 음식점들도 국민들의 불매운동들을 의식한 듯 앞다퉈 미국산 쇠고기를 취급할 생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 숯불갈비집 주인은 "미국산 쇠고기를 찾는 손님이 전혀 없다"며 "다른 음식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당분간 관망세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 수입업체들, 일단 직영 판매소와 음식점으로 물량 풀 듯

이에 따라 검역에 통과된 물량이 민주노총의 출하저지선을 뚫는다해도 시중에 유통되기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전망이다.

국내 수입업자들은 일단 자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판장과 음식점 위주로 유통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수입육협회 박창규 회장은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도매업자들이 일단 겁을 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일단 일부 수입업체들은 직영점을 통해 미국산 살코기 판매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에이미트를 운영하고 있는 박 회장은 "우리가 직접 판매하지 않으면 가맹점들이 안팔려고 한다"며 "현재는 자사 직영점을 통하지 않으면 팔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이날 한국수입육협회는 오는 15일 미국산 쇠고기의 전국 동시판매를 목표로 회원사들을 상대로 공문을 발송하는 등 판촉활동에 돌입했다. 판매예정가보다 30% 저렴하게 미국산 쇠고기를 시중에 유통해 물꼬를 튼다는 전략이다.

지리한 공방속에 장관고시가 발효되고 검역은 시작됐지만 미국산 쇠고기를 바라보는 국민들과 정육점 업주들의 시선은 아직 싸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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