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한국 벗어난 파바vs뚜쥬 'K베이커리' 진검승부

노희준 기자I 2025.01.06 06:12:11

해외진출 앞섰던 뚜레쥬르…진출 속도·폭 파리바게뜨 `승`
뚜레쥬르 6년연속 이익성장…"신중한 출점으로 내실다져"
파리바게뜨 "매장 확장 단계…곧 수익성 개선"
현지공장 신설로 제2도약...美공장 건립도 경쟁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K베이커리’ 해외 진출이 올해로 21년을 맞았다. SPC 파리크라상의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가 K베이커리 왕좌 자리를 놓고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 선점을 위한 양사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매장수와 진출지역은 파리바게뜨가, 진출시기와 수익성은 뚜레쥬르가 다소 앞서고 있다.

맨하탄 1270 렉싱턴 에비뉴(Manhattan 1270 Lexington)점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해외에 처음 진출한 해는 2004년이다. 선봉에 선 건 뚜레쥬르다. 뚜레쥬르는 2004년 5월 국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최초로 미국(캘리포니아 밸리점)에 진출하며 해외 사업의 첫 출발을 알렸다. 파리바게뜨는 같은 해 9월 중국(상하이 구베이점) 진출로 해외 영역 확장의 첫발을 내디뎠다.

파리바게뜨는 뚜레쥬르보다 해외 진출 시기가 다소 늦었음에도, 속도와 폭에서 앞섰다. 현재 파리바게뜨는 중국(349개), 미국(197개), 프랑스(6개), 영국(3개), 캐나다(10개), 베트남(10개), 싱가포르(21개), 캄보디아(3개), 인도네시아(13개), 말레이시아(10개), 필리핀(2개) 등 11개국에서 총 62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3개국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올해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반면 뚜레쥬르는 미국, 중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몽골, 캄보디아 등 7개국에서 총 56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에 매장이 없는 대신 북미(150개)과 아시아(410개)에 주력한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 관계자는 “단순히 매장을 확산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으로 국가별 특성과 트렌드, 현황, 소비력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출점을 결정한다”며 “그결과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며 내실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뚜레쥬르 미국 워싱턴 게인스빌점 (사진=CJ푸드빌)
실제 미국을 기준으로 수익성에서는 뚜레쥬르가 파리바게뜨보다 낫다. 뚜레쥬르 미국 법인은 2023년 146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5% 줄긴 했지만, 전년도 발생한 일회성 이익(115억원)을 제외하면 2018년 흑자 전환한 후 6년 연속 이익 증가 추세라고 회사는 설명한다. 반면 같은기간 파리바게뜨 미국 법인은 적자를 봤다. 상반기 기준으론 진출 18년만에 첫 흑자를 기록했지만, 하반기가 나빴다. SPC그룹 관계자는 “아직은 입지를 다지면서 매장을 확장하는 단계로 곧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시장 가맹점 비율은 두 회사 모두 90% 이상으로 막상막하다. 가맹점은 회사가 직접 관리하는 직영점이 아니라 현지인이 가맹비를 내고 운영하는 지점이다.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현지 가맹점이 늘 수 없어 K베이커리 현지 안착이 이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두 회사 비슷하게 2030년 북미지역 내 ‘1000호점 달성’을 목표로 한다.

K베이커리가 미국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종류 빵을 ‘백화점식’으로 파는 국내 모델이 현지에서 신선함으로 먹혔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 베이커리는 특정 소품목에 집중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미국 현지에서 뚜레쥬르는 400여종, 파리바게뜨는 300~400종을 취급한다.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비주얼의 케이크 진열 모습과 소비자가 직접 빵을 고르고 담는 행위도 K베이커리가 주는 차별화된 경험으로 꼽힌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현재 K베이커리의 해외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내에서 베이커리 업종이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출점 규제가 시작됐고, 중기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된 2019년부터는 동반성장위원회 중재로 대한제과협회와 체결한 제과점업 상생협약에 따라 사실상 동일한 규제를 받고 있어서다. 현재 대기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는 전년 대비 5%(2024년 8월 이전 2%)내로만 점포수를 늘릴 수 있고 동네 빵집 근처 400m(이전 500m)에는 매장을 열 수 없다.

두 회사는 올해 해외 현지 공장 준공으로 또 한번의 도약을 기대한다. 현지 생산기지가 마련되면 기민한 수요 변화 대응이나 물리적 시간 단축에 따른 신선한 빵·소스 공급이 한층 수월해진다. SPC그룹은 2400억원(1억6000만 달러)을 투자해 미국 텍사스에 15만㎡(4만5000평)의 제빵 공장을 만든다. SPC관계자는 “공장은 SPC그룹 최대 해외 생산 시설이 될 것”이라며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건립 중인 할랄인증 제빵공장도 올해 완공할 것”이라고 했다.

CJ푸드빌 관계자도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미국 동남부 지역인 조지아 주에 건설 중인 공장은 올해 말 완공이 목표”라며 “공장은 연간 1억개 이상 생산 능력을 갖춰 북미 지역 뚜레쥬르 가맹점 생산 거점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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