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씨는 그 집에서 오랫동안 자식들을 키우고, 남편 병간호를 했으며, 지역 주민들과도 잘 지내고 있어서 이사 가기가 싫었다. 그러나 김씨는 자식들의 반대로 인해 결국 아파트를 처분하고 떠나야만 했다.
일반적으로 부부가 공동으로 재산을 형성하고 자식들을 키우는데도 불구하고, 부부의 일방이 죽을 경우에는 남은 배우자는 이러한 재산형성의 기여를 전혀 인정받지 못하게 되고, 자식들은 재산을 많이 가져가는데 배우자는 오랫동안 살았던 집에서 이사 가야 하는 경우도 실제 생기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일본에서는 2018년 8월에 40년만에 민법의 상속법 분야의 대개정이 있었다. 그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배우자의 상속지분을 높여주고, 배우자의 기여를 인정해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하게 해 주자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배우자의 거주권이 생겼는데, 그것은 배우자가 피상속인이 죽은 후에도 살던 집에서 계속 살 수 있는 권리이다. 배우자는 당연히 법률상 배우자를 말한다. 이러한 권리가 생겨서 배우자는 남편이 죽은 후에도 남편의 집에서 죽을 때까지 계속 살 수 있다. 김혜자씨의 사례처럼 유산 분배를 위해 살던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방법은 혼인기간이 20년이 넘거나, 생전에 남편의 집을 증여받았을 경우에는 그 집을 상속재산분할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남은 배우자는 그 집을 이용해 주택연금 등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죽을 때까지 생활비를 받을 수도 있게 된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법이 있었다면 김씨도 자신이 남편과 혼인한 기간이 20년이 넘어가는 경우 상속재산 협의시에 주택은 김혜자씨로 하고, 현금 2억원만 법정 지분대로 자식들과 나누면 된다. 자식들은 나중에 김혜자씨가 돌아가신 후에 자신들의 몫만큼 상속을 받게 된다. 상속재산분쟁에서 항상 욕심내는 상속인이 있어서 살아계신 한 부모님이 계속 집에 사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러한 법이 생기면 그런 욕심을 낼 수 없게 된다.
배우자에 대한 상속지분의 변경을 기존의 다른 상속인의 지분에 0.5를 가산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50%를 인정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기업들을 중심으로 그렇게 되는 경우 회사의 지배구조가 바뀌는 등의 부작용이 있어 반려됐다. 현재 상속재산분할협의시에 배우자에 대해 더 높은 기여분을 인정해 주거나, 유류분청구시에 배우자가 사전에 증여받은 재산을 특별수익으로 보지 않으려는 법원의 태도도 배우자의 몫을 확대하는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
유산상속의 권리를 자식들보다는 배우자에게 확대하는 것은 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대대적인 상속법의 개정이 필요하고, 가족구조의 변화에 따라 배우자에게 거주권을 인정하고 상속지분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