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특허를 많이 축적하고 있지만 모델 개발 실적이 없고 인재가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해외에서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발간한 ‘AI 인덱스 2024’에서 평가된 한국 AI의 현주소다. AI가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4차산업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인 지적이 아닐 수 없다.
HAI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AI 관련 특허 수가 10.26건으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많았다. 2위인 룩셈부르크의 8.73건보다 1.5건 많았고, 3위인 미국의 4.23건과 4위인 일본의 2.53건보다 큰 차이로 앞섰다. 그럼에도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파운데이션 모델’은 지난해까지 하나도 개발하지 못했다. 미국 109건, 중국 20건, 프랑스 8건 등 다른 주요국 개발 건수에 비추어 굴욕적인 조사 결과다. 정부는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HAI가 스스로 “한국과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모델 개발이 과소 보고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면서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삼성전자의 ‘가우스’ 등을 국내에서 개발된 모델의 예로 들었다. 하지만 HAI에는 나름의 평가 기준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재 유출이다. HAI에 따르면 링크트인에 등록된 1만 명당 AI 인재 이동 지표에서 지난해 한국은 - 0.30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로 들어오는 인재보다 해외로 나가는 인재가 더 많았다는 뜻이다. 2020년에는 0.30으로 플러스였으나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다른 나라들을 보면 룩셈부르크는 3.67, 아랍에미리트는 1.48, 미국은 0.40, 인도는 - 0.76, 이스라엘은 - 0.57이었다. 한국의 AI 인재가 2500여 명으로 전세계의 0.5%에 불과한 상태에서 해외로 유출되기까지 하니 미래를 밝게 보기 어렵다.
정부는 HAI의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여 AI 경쟁력 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AI 경쟁력은 결국 인재가 좌우하는 만큼 무엇보다 먼저 국내 인재를 붙잡아두고 해외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각급 학교와 산업 현장의 AI 관련 교육·훈련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