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국내 증시를 좌우하는 반도체 업종의 영업이익 개선세가 확실해지면 코스피가 2700선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전력이 끌어주고 SK하이닉스는 밀어주고
12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전망치가 있는 코스피 상장사 194곳의 올해 영업이익 합은 223조9519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 예상치(221조8221억원)보다 0.96%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 2021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거둔 ‘적자 단골’ 한국전력이 가장 크게 개선세를 보였다. 한 달 전만 해도 한국전력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4조9346억원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9조5720억원에 이른다. 매출이 93조6316억원에서 92조9426억원으로 소폭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것이란 계산이다.
한국전력은 이미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전년 동기 대비)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냈고 올해도 요금 인상효과와 비용절감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에너지 가격이 하락한 만큼, 수익성은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와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주요 에너지가격이 하향 안정화한 가운데, 상반기 신한울 2호기, 하반기 새울 3호기 등 신규원전이 유입되며 원전 이용률 상승도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위협으로 해운 운임비가 급등하며 HMM(011200)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도 한 달 전 1조547억원에서 현재 1조3551억원으로 28.5% 증가했다. 실제 해상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연말 1000포인트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했지만 8일 기준 1885.7에 이른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붐 속에 SK하이닉스(000660)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 달 전보다 5.1% 증가한 11조3338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만, 올해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서버 디램(DRAM)의 평균판매단가가 상승하고 있고 주력제품인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의 비트당 당 가격은 유지되고 있어 수익성 개선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와 함께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 달 전보다 0.1% 줄어든 32조625억원 수준이지만, 올해는 현대차를 제치고 상장사 영업익 1위를 탈환할 것으로 보인다. 역시 AI 반도체를 바탕으로 업황 개선의 흐름을 탈것이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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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1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도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되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한다. 미국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로 시장 유동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소비심리가 바닥을 찍고 올라오고 있다는 평가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국내 상장사의 이익 전망이 2021년 기록한 고점을 회복하지 않은 상태에 머물러 있지만, 지난해 이후 이익 전망치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면서 “특히 반도체 등 산업 성장 기조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 역시 “현재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에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우호적인 가운데 실적까지 뒷받침해주면 주주환원 확대와 맞물려 코스피 상승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1.97포인트(0.83%) 오른 2681.81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의 실적 기대는 꺾이고 있다. 올해 시장 전망치가 있는 60개 코스닥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치 합은 한 달 전만 해도 4조2464억원이었지만 현재는 3조9433억원에 불과하다. 한 달 사이 7.14% 하향된 것이다. 테슬라의 판매 성장세가 둔화하며 2차전지에 대한 실망감이 확대하는데다, 게임주 역시 중국 경기 둔화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전기차 주요 지역인 중국과 유럽의 전기차 침투율이 30% 가까이 오른 후, 전기차 수요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에는 미국 대선 리스크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