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일본 축제에는 바가지 요금이 없더라고요.”
최근 일본 오사카 여행을 다녀온 한 지인의 이야기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야키소바와 다코야키가 400~500엔(약 3600~4500원), 과일 사탕 300~400엔(약 2700~3600원), 솜사탕 500엔(약 4500원), 오코노미야키 500~600엔(약 4500~약 5400원) 정도로 부담이 없었단다. 먹거리 가격이 5000원을 넘는 게 많지 않아서 주머니에 있던 현금 3000엔(약 2만7380원)으로도 부족함 없이 축제를 즐겼다고도 했다. 한참 이어지던 그의 일본여행 경험담은 이내 “그런데 국내 축제는 왜 이러지 못하는가”라는 아쉬움으로 마무리됐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축제는 여전히 시중보다 비싼 가격으로 바가지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가격은 높은 반면 맛, 서비스는 낮아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고질적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발간한 문화관광축제 종합평가 보고서만 보더라도 15년 넘게 축제 현장의 먹거리 만족도가 전체 평균점을 넘어선 적은 이제껏 단 한 번도 없었다.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불거진 축제 현장의 바가지 요금 논란을 특정 지역, 행사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되는 이유다. 그런데 각성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잠시, 최근 부산의 한 식당이 불꽃축제 당일(11월 4일) 8인용 좌석에 음식값을 제외하고 120만원 자릿세를 붙여 다시금 바가지 요금 논란에 불을 지폈다.
물론 축제 현장의 바가지 요금 근절을 위한 시도와 노력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전북 김제시는 올해 지평선 축제에서 판매하는 모든 메뉴의 음식값을 1만원 이하로 제한했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음식값 사전 공개를 통해 바가지 논란을 차단할 계획이다. 충남 홍성군도 축제기간 판매하는 대하 가격을 1㎏당 5만원으로 동결했다. 제 살 깎아먹기식 가격 경쟁을 만족도를 높이는 맛,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하기 위한 강제성 조치다.
일본 축제에서 바가지 요금 논란이 드문 이유는 철저한 관리 덕분이다. 축제 현장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상인은 보건소에 계획서를 사전에 제출하고, 7~10회에 이르는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음식 조리에 필요한 설비를 제대로 갖췄는지 증명하고, 지역 상인단체에 정식 가입해 축제가 끝난 이후에도 서비스 품질에 대한 관리를 받도록 되어있다.
시장이 자율적으로 정해지는 가격을 정부·지자체가 인위적으로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근본적인 변화가 가능한 현실적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 7월 한국관광공사가 86개 문화관광축제에 시범 도입한 축제 먹거리 가격정보 제공 서비스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매년 전국 곳곳에서 1000여개가 넘는 축제가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큰 변화를 체감하기란 어렵다. 그동안 쌓인 뿌리 깊은 불신과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데 생각보다 훨씬 더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정부·지자체는 물론 지역 상인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보 공개에 소극적인 상인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대안, 당근책도 필요하다. 보기 좋은 수치로 결과만 부풀리는 정부·지자체의 성과지향주의는 경계하되,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한 뚝심 있는 정책 추진은 계속해야 한다. 그래야만 축제가 일부 지역, 상인만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국민 전체가 향유하고 더 나아가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글로벌 축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