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외국인에게 추석은 ‘빨리 빨리’가 아닌 ‘천천히’의 시간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한국에 왔는데 얼마나 있을지 몰랐다. 그냥 아는 사람 만나러 왔고, 그때 금방 기회가 생겼다”며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딱 타이밍이 좋았다”고 회고했다.
한국 생활 적응을 위해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했다는 기욤은 “학원도 다녔고 따로 시험도 보고, 사회통합 프로그램이 있는데 거기 신청해서 수업도 받았다”며 “사실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공부 열심히 해야 된다. 주변에 한국에서 오래된 친구 많은데 한국어 공부 안했으면 대부분 한국어를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욤은 ‘한국인과 사귀면 말을 빨리 배운다’는 낭설에도 “그거는 한계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만나는 사람이랑 쓰는 언어는 그렇게 넓지 않다”며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학습은 필수라고 거듭 말했다.
재즈 드럼을 전공했다는 그는 이번 추석에도 현재 함께하고 있는 밴드 ‘벤치위레오’ 공연에 참여한다. 그는 “공연이 하나 있고 29일쯤 바빠서 오래 못 봤던 친구들을 좀 만나기로 했다”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힘든 국내 거주 외국인다운 명절 계획을 설명했다.
기욤은 “추석 때 외국인들은 딱히 가족을 만나거나 그런 걸 할 수 없으니 우리끼리 만나서 밥 먹고 술 먹고 같이 놀고, 보통 그렇게 하고 있었다”며 한국에 사는 외국인에게 명절은 가족보다는 같은 처지의 외국인 지인들과 만나는 시간이 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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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은 가족을 만나지 않지만 한국 명절의 긴 연휴가 사람들과 여유롭게 시간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연휴가 기니까, 매일 매일 빨리 빨리 (하는) 한국사회에서 조금 천천히, 3~4일 천천히 좀 진행할 수 있는 기회여서 되게 좋다”고 설명했다.
기욤은 프랑스에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걸쳐 연휴 분위기가 지속되던 것과 비교하며 “추석 끝나자마자 다시 빨리빨리 생활 다시 시작하게 되는” 한국 사회 특유의 문화를 다시금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