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뉴욕 아이폰15 상륙…1호 대기자 팀쿡도 '패싱'

김상윤 기자I 2023.09.23 08:36:14

맨해튼 5번가 애플스토어 직접 가보니…
전날 밤부터 대기한 아이폰빠 ''오픈런'' 여전
팀쿡 CEO 직접찾아 셀피 찍고 유저들과 소통
"아이폰14보다 더 팔릴 것..중국 판매 고무적"
뉴욕 곳곳 애플스토어서 하루종일 인산인해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고급 쇼핑가가 몰려 있는 뉴욕 맨해튼 5번가 애플스토어. 22일(현지시간) 오전 7시반 찾은 애플의 대표적인 플래그십 매장에는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마치 파리 루브르 박물관 피라미드 입구처럼 비슷한 형태를 취해 전 세계 사람들이 24시간 찾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이날은 특별했다. 아이폰 15가 드디어 출시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전 8시부터 문을 열기 때문에, ‘오픈런’ 대기줄이 애플스토어를 둘러싸고 꽤 길게 이어졌다.

대학생인 케빈은 “아이폰 13을 쓰고 있는데 이번에 15로 바꾸려고 전날 저녁 8시부터 줄을 섰다”며 “지치지는 않고 어서 빨리 아이폰15를 가져 가길만 원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7시50분이 되자 입구 앞으로 청색 티셔츠를 입은 직원 매장들이 일렬로 줄을 서며 아이폰 유저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한 직원은 “작년에도 있었지만 아이폰14출시 때보다 대기줄이 더 길어진 것 같다”며 “우린 항상 오픈런이 이어지고 있다. 누구나 아이폰을 사랑한다”며 자랑을 했다.

오픈 3분 전. 직원들이 일제히 손뼉을 치고 환호성을 외치며 입구를 바라봤다. 누군가 특별한 인물이 나온다는 것을 예고한 셈이다. 전날부터 밤새 줄을 섰던 대기자들도 이제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현지 미디어들의 카메라 움직임도 재빨라 졌다.

◇팀 쿡 왔지만 1호 대기자는 아이폰15가 더 중요

쓰리. 투. 원! 8시 정각.

입구에 흰색 머리에 검은색 테를 쓴 인물이 올라왔다. 바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에 이어 애플을 이끌고 있는 팀 쿡 최고경영자(CEO)다. 그 옆에는 그레그 조스윅 애플 글로벌마케팅 수석 부사장이 함께 했다. 깜짝 등장에 현장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아이폰15 출시일인 22일 08시(현지시간) 팀 쿡 CEO가 그레그 조스윅 애플 글로벌마케팅 수석 부사장과 함께 뉴욕 맨해튼 5번가의 애플 스토어 문을 열고 있다. (사진=김상윤 뉴욕특파원)
하지만 팀 쿡은 쉽게 문을 나오지 못했다. 직원의 실수로 한쪽 문이 잠겨 있었기 때문이다. 멋쩍은 표정을 하며 앉아 자물쇠를 풀려고 했지만 쉽게 열리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팀 쿡 그냥 나와요”고 대기자들이 외쳤다. 겨우 문을 열고 나온 팀쿡은 늘 그러했듯이 두손을 모아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고 ‘오픈런’ 대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유대인 모자 ‘키파’를 쓴 1호 대기자가 드디어 입구에 다다랐다. 통상 첫 대기자는 애플에서 특별 대우를 해준다. 예전 스티브 잡스는 직접 아이폰을 전달하고 기념촬영도 했다. 하지만 1호 대기자는 팀쿡과 ‘노룩(no look)’ 악수만 한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팀 쿡보다는 아이폰15를 더 빨리 보고 싶었나 보다. 팀쿡도 머쓱한지 그의 손을 당기며 대화를 이어가려고 애쓰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대기자들은 천천히 걸어가며 팀 쿡을 연예인 보듯 만났다. 모두들 ‘셀피’를 함께 찍으며 담소를 나눴다. 팀쿡도 10여 분간 차분히 이들과 악수하며 일일이 소통했다. 한국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장면이었다.

팀쿡 CEO가 22일 아이폰15 사전 구매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상윤 뉴욕특파원)
팀 쿡 애플 CEO가 22일 08시(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5번가의 애플 스토어에서 아이폰15 구매자들을 환영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꽃무늬 셔츠를 입은 그레그 조스윅 애플 글로벌마케팅 수석 부사장이 쿡 CEO를 바라보고 있다.(사진=김상윤 뉴욕특파원)
◇여전히 자리지키며 고객과 소통하는 팀쿡

사전 구매 예약자는 아니었지만, 애플스토어 직원에게 “한국에서 아이폰 이용자가 늘고 있다. 조금이라도 빨리 전하고 싶다”며 현장 취재를 요청했고, 다행히 긴 줄을 서지 않고 일찍 들어갈 수 있었다. 나선형 계단을 타고 내려가니 이미 들어온 사전판매 대기자들이 곳곳에서 아이폰15 구경을 하며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한쪽에 하늘색 셔츠를 한 팀쿡이 있었다. 자리를 떠나지 않고 아이폰 유저들과 아이폰15 출시 기쁨을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고객이 가져온 흰색 아이폰15 박스에 사인을 직접해주며 셀피 촬영을 이어나갔다. 그만큼 아이폰15 판매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상윤 이데일리 뉴욕특파원(좌)이 2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5번가의 애플 스토어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팀쿡 “판매 분위기 매우 좋다. 중국 상황도 고무적”

흔치 않은 기회. 팀 쿡에 다가가 질문을 던졌다. 애플은 지난 2분기 실적발표에서 아이폰 3분기 연속 판매량이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수요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아이폰 15 판매 확대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팀 쿡에게 직접 아이폰15 판매 상황을 물었다.

그는 이데일리와 단독 인터뷰에서 “아이폰15 첫날 판매 분위기가 매우 좋다”면서 “아이폰14보다 더 잘 팔릴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아이폰 15판매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최고 성능의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전날부터 세계 곳곳에서 상당수 아이폰 유저들이 기다리는 등 반응이 꽤 괜찮은 것 같다”며 “당신도 현장서 느끼고 있지 않냐”며 반문했다.

중국에서도 사전 판매가 꽤 괜찮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중국 상황에 대해서도 물었다. 중국 당국이 공무원 및 공공기관 대상으로 아이폰 사용 금지에 나섰다는 소식에 아이폰 판매량이 5%가량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간밤에 아이폰 15판매를 시작한 중국 역시도 하루 동안 잘 팔린 걸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용하는 아이폰에 대해서는 “당연히 아이폰15 프로맥스”라고 답했다. 최고급 성능을 보유한 아이폰15 프로맥스를 널리 알리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자리를 떠나지 않고 아이폰15 구매자와 일일이 셀피 촬영을 하고 있는 팀쿡 애플 CEO (사진=김상윤 뉴욕특파원)
◇시장조사업체, 사전판매 10~12% 늘어..프로맥스 인기

실제 시장조사업체들은 아이폰15판매량이 예상보다 괜찮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웻부쉬 시큐리티(Wedbush Securities)의 다니엘 이브 애널리스트는 “약 2억5000만대의 아이폰이 4년간 업그레이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폰 11, 12 등 3~4년 전 모델에서 새 아이폰으로 교환하고자 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면서 “대대적인 통신사 할인, 최고급 기능들이 업그레이드를 촉진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폰15의 사전 판매가 아이폰14보다 10~12%보다 많아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고 했다.

특히 아이폰15프로와 프로맥스 수요는 매우 큰 것으로 전해진다. 웻부시는 아이폰 15프로와 프로맥스의 사전주문 발송 및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며, 11월 중순까지는 예약물량이 배송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이폰 프로맥스의 온라인 주문량이 넘쳐 적어도 11월 중순까지는 몇몇 국가에서 출시하지 못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애플스토어에 전시돼 있는 아이폰15.
◇최초로 티타늄 소재 활용한 프로…생각보다 가볍다

팀쿡과 짧은 인터뷰를 끝내고 애플스토어 곳곳에 있는 아이폰15를 살펴봤다. 일반·플러스 모델은 핑크·옐로·그린·블루·블랙 색상으로 나왔는데 파스텔톤의 화사한 느낌이 들었다. 기능은 전작인 아이폰14프로와 비슷한 만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새로운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을 느낌이 들었다.

아이폰 최초로 항공기 동체나 인공위성에 들어가는 티타늄 소재를 사용한 아이폰15 프로와 프로맥스는 아이폰14 프로와 프로맥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아이폰15 프로 맥스의 무게는 221g으로 역대 프로 맥스 모델 중 가장 가볍다.

실버와 골드 색상은 전작보다 다소 어둡고 칙칙한 느낌은 들긴 했지만, 티타늄 소재의 특유의 분위기가 났다. 무엇보다 고성능에도 무거웠던 단점을 일부 해소했기 때문에 아이폰12, 13유저들로부터 상당한 업그레이드 수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아이폰 최초로 티타늄 소재를 사용한 아이폰15 프로 (사진=김상윤 뉴욕특파원)
현장에서 아이폰15프로맥스 박스를 뜯고 있는 컬럼비아 대학생인 슈레야쉬에게 물었다. 아이폰13프로에서 업그레이드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무엇보다 가볍다. 카메라 기능은 거의 최고급 캠코더 급인데 이 정도 무게라면 안 살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는 “여자친구 사진을 보다 이쁘게 찍어줄 수 있을 것 같아 갈아탔다”며 웃음을 보였다.

오전 10시께 애플스토어를 나왔지만, 여전히 긴 줄이 애플스토어를 둘러싸고 이어져 있었다. 스마트폰 수요가 갈수록 줄고 있었지만, 아이폰15 인기는 상당했다.

이날 오후 뉴욕 곳곳 소호점 등 애플스토어에서도 ‘오픈런’ 대기줄은 여전히 이어져 있었다. 아이폰15가 점차 둔화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 반등을 이끌 수 있을까. 적어도 여전히 ‘오픈런’을 이어가고 있고, 팀쿡 CEO가 직접 챙긴 현장 분위기로는 “그럴 것 같다” 였다.

22일(현지시간) 오후 5시 뉴욕 맨해튼 예술의 거리에 있는 애플스토어 ‘소호(SOHO)’점에도 여전히 대기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김상윤 이데일리 뉴욕특파원이 인터뷰를 마친 후 팀 쿡 애플 CEO와 셀피를 찍고 있다. (사진=김상윤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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