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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美中 디리스킹 시대, 한국이 갈 길

김형욱 기자I 2023.08.16 06:15:00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 지속성 의문,
美정부 기조도 디커플링→디리스킹 완화
충분한 준비없는 탈중국은 韓경제 치명적
로드맵 세우거나 中 협력방안 재설정해야

[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지난 트럼프 정부에서 시작된 중국 때리기는 바이든 정부에 이르러 더 정교해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달리 동맹국과 공동으로 중국을 제재하고 있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관세 유지, 중국 개별 기업에 대한 제재 확대, 대중국 전기차 견제, 대중국 반도체 통제 등 양·질적으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통제 탓인지 중국의 수출액은 코로나19 시기에도 플러스를 유지했으나 금년도에는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장기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통제는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미풍에 그칠 것인가.

미국은 중국에 대해 전통 제조업에서는 고관세를 부과해 견제하고 있으며, 첨단 제조업에 대해서는 반도체 통제를 통해 생산능력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특히 동맹국(지역)과 협력해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 중이다. 소위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미국에 공급할 반도체를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자국 기업인 엔비디아에 대해 고사양 AI 반도체 칩(GPU)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일본과 네덜란드도 첨단설비는 물론 범용설비인 심자외선 노광장비(DUV)마저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같은 조치가 중국 경제를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는 견해와 중국의 자급능력을 높일 것이라는 견해가 팽팽하다. 트럼프 정부의 중국 화웨이 제재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부상을 억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주력 업종인 통신장비 분야를 국산화해 미국 부품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는 중국 기업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도록 유도했지만, 여전히 중국의 전통 제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미국의 물가상승을 유발해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다시 관세를 인하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통제를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스럽다. 중국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협회도 자국 정부의 대중국 통제에 반발하고 있다. 중국에 반도체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질 상황이다. 소재 분야에서 상당한 우위를 장악한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통제에 반발해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우리나라 기업의 대중국 수출과 원부자재 확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기적으로 중국 중심의 제조업이 인도로 옮겨갈 가능성은 매우 크다. 미국의 대중국 통제뿐 아니라 중국의 출산율 급락이 중국 제조업의 우위를 유지하는 데 큰 걸림돌이다. 그러나 과거 중국이 개혁개방 후 글로벌 생산기지로 부상하는 데 걸린 시간을 감안하면 인도가 중국을 대체해 글로벌 생산기지로 부상하는데, 20~30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미국도 결국 중국과 단기간에 디커플링(decoupling)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 디리스킹(derisking)으로 완화했다. 중국은 디리스킹에도 반발하고 있지만, 미국은 중국이 패권경쟁에서 크게 약화할 때까지 대중국 통제를 이어갈 전망이다. 그럼에도 골드만삭스는 2075년에는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3위로 추락하고 중국과 인도가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전망대로라면 미국은 중국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양쪽으로부터 압력을 받는 상황을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어느 한쪽을 선택한다면 한쪽의 압력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지만 다른 쪽의 압력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지만 대체 수출시장과 원자재 공급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탈중국은 오히려 한국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 진정으로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면 탈중국 로드맵(단계적 이행방안)부터 세워야 할 것이며, 탈중국이 불가능하다면 중국과의 협력 방향을 재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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