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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짜리 멀쩡한 장비 교체…인천교육청 예산낭비 논란

이종일 기자I 2023.05.09 06:00:00

학생과학관 천체투영실 개선사업 입찰
정상 작동하는 천체투영기 폐기 예정
제품 판매사측 "50년간 사용 가능한데"
교육청측 "내구연한 지나, 하이브리드 필요"

자이스그룹의 광학식 천체투영기 ‘스타마스터’로 투영한 별자리 모습. (자료 = 우성정밀광학 제공)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시교육청 산하 교육과학정보원이 학생과학관에 설치한 20억원짜리 천체투영 시스템을 뜯어내고 20억원대 새 장비로 교체하려고 해 예산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교육과학정보원 등에 따르면 정보원은 이날부터 10일까지 조달청 나라장터 사이트에서 인천학생과학관 천체투영실 개선사업 입찰을 한다.

이 사업은 기존 시스템을 철거하고 최신 하이브리드 천체투영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다. 전체 사업비는 23억여원을 책정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광학식 천체투영기와 디지털식 천체투영기를 포함하는 것으로 광학식과 디지털식 투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장비이다.

현재 학생과학관에는 광학식 천체투영기 1대와 디지털식 천체투영기 1세트(6대)가 설치돼 있다. 광학식 천체투영기는 정보원이 2002년에 사서 2004년부터 가동한 것으로 독일 자이스(Zeiss)그룹의 제품 ‘스타마스터’(이하 자이스 투영기)이다. 자이스 투영기는 광섬유를 이용해 40와트짜리 램프 하나로 4000와트 램프보다 10배 이상 밝게 별을 투영하고 자연의 색상과 동일한 별을 보여준다. 이 장비와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이스측은 설명했다.

이 장비는 계절별로 하늘의 별자리를 투영해 과학관 내부 돔 스크린에 옮겨 놓는다. 자이스 투영기는 당시 19억여원이었고 음향·통합컨트롤 시스템비 1억5000만원을 포함해 전체 20억여원이 소요됐다. 장비를 가동한지 18년이 지났지만 현재 정상 작동한다.

자이스그룹의 광학식 천체투영기 ‘스타마스터’. (자료 = 우성정밀광학 제공)
자이스측은 관리만 잘하면 50년간 사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정보원의 천체투영기 교체 사업에 대한 예산 낭비 논란이 있다. 지난 1937년 일본 최초로 전기과학관에 설치한 자이스의 광학식 천체투영기는 52년간 운영했고 1962년 일본 나고야과학관에 설치한 자이스 천체투영기는 50년간 사용했다.

디지털식 천체투영기는 일본 업체 고토가 생산한 것으로 2008년 10억원을 주고 설치했다. 이 장비는 태양계, 소행성 충돌 등의 영상물을 돔 스크린에 보여주는 것이지만 현재 고장 등의 이유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제품 생산을 중단해 부품 수리도 어렵다.

인천학생과학관을 운영하는 정보원은 지난해 자이스 투영기가 내구연한 10년이 지나 노후화됐고 하이브리드 투영이 필요하다며 천체투영 시스템 교체를 결정했다. 교육청이 이를 반영해 편성한 예산 25억원은 지난해 12월 시의회 심의를 거쳐 확정됐다. 시의회 교육위원들은 자이스 투영기가 정상 작동함에도 광학식과 디지털식 투영이 동시에 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시스템 교체에 동의했다.

정보원은 23억원이면 자이스그룹의 최신 광학식 천체투영기인 ‘아스테리온’ 수준의 제품과 디지털 천체투영기 등을 포함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자이스 국내 대리점을 맡고 있는 우성정밀광학㈜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성정밀광학㈜ 관계자는 “아스테리온은 돔 스크린 지름이 8~14m인 경우 투영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인천학생과학관의 돔 스크린은 지름이 15m로 아스테리온으로는 투영할 수 없고 30억원 정도 하는 아스테리온 프리미엄이 적정하다”고 말했다.

정보원 관계자는 “자이스 홈페이지에는 아스테리온이 돔 지름 16m까지 투영한다고 설명돼 있어 가능하다고 봤다”며 “일본 회사도 24억원 정도면 하이브리드 시스템 설치가 가능하다고 했다. 입찰 결과에 따라 교체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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