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텔레그램을 통해 퍼진 한 메시지가 콘텐츠 업계를 발칵 뒤집었다. 도미니카공화국에 서버를 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가 폐쇄 선언 사흘 만에 서비스를 재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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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누티비 부활 소식에 콘텐츠 업계는 물론 자본시장까지 발칵 뒤집혔다. 진짜 열흘 뒤면 누누티비가 서비스를 재개하느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기존 누누티비 공식 텔레그램에서는 “재오픈 계획은 일절 없다”고 알리면서 혼선을 빚기도 있다.
정치권도 누누티비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진행했다. 박 장관은 6개 유관부처 중심 범정부 추진체를 만들어졌다고 언급하면서 “누누티비가 건강한 콘텐츠 생태계를 헝클어뜨렸다”고 말했다.
시간을 2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지난 2021년 서비스를 시작한 누누티비는 국내외 유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신작 콘텐츠가 공개되는 즉시 스트리밍을 하면서 문제가 됐다.
매달 구독료를 내면서 콘텐츠를 보던 시청자들 사이에서 공짜로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찾는 이들이 늘어갔다. 급기야 원하는 콘텐츠를 요청하거나 빠른 업로드를 재촉하면 거기에 맞춰 대응하는 운영진이 덩달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누누티비를 통해 불법 콘텐츠 유통이 성행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방문하는 이들이 더 늘었다는 것이다. 누누티비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평소 보고 싶었던 콘텐츠를 정주하겠다며 누누티비를 찾은 사람들이 급증한 것이다. 불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한편으로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작용한 셈이다.
정부는 불법 콘텐츠를 엄단 하겠다며 인터넷 주소 차단에 나섰다. 그러나 누누티비는 도메인 변경을 통해 운영을 계속 이어갔다. 급기야 누누티비는 정부 정책을 비웃듯 사용자가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설치할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 패키지(APK)를 배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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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며 압박수위를 높여가자 누누티비는 결국 지난달 13일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누누티비 운영진은 공지에서 ‘트래픽 요금 문제와 사이트 전방위 압박에 의해 심사숙고 끝에 4월 14일 0시 서비스 종료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누누티비 부활 소식에 가슴이 철렁인 이들은 한둘이 아니다. 고생 끝에 콘텐츠를 만든 제작진과 각 OTT 업체들, 나아가 콘텐츠 업계에 거액을 투자한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대상이다. 국내 자본시장은 K콘텐츠 위상이 정점을 찍었던 최근 2~3년을 기준으로 콘텐츠 투자에 집중하는 흐름을 보였다. ‘제2의 기생충’ 내지는 ‘제2의 오징어게임’ 출현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업체별 경쟁이 워낙 치열해진데다 보고 싶은 한두 개 콘텐츠를 보기 위해 해당 OTT를 구독하려는 수요가 예상보다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OTT 콘텐츠를 총망라해 볼 수 있는 공짜 플랫폼의 등장은 위기를 부추겼다. 엄연히 불법인 줄 알지만, 누누티비에서 콘텐츠를 시청하는 수요가 월 1000만명을 웃돌았다는 점은 여러모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과연 누누티비 운영진만 잡는다고 발본색원이 될 수 있느냐도 생각해야 한다. 현재 온라인상에는 누누티비와 유사한 콘텐츠 무료 제공 플랫폼이 범람하고 있다. 누누티비가 사라진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아쉬워하지 않는 이유다. 누누티비의 수법을 여타 유사 플랫폼들도 고스란히 따라 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누누티비 사례는 현재 국내 콘텐츠 시장이 당면한 위기를 보여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액을 투자한 OTT 업체나 콘텐츠 제작사들이 내놓은 콘텐츠가 무단으로 이용되는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향후 투자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업계가 한 단계 치고 올라가느냐, 아니면 고꾸라지느냐. 누누티비가 일으킨 나비효과의 여파는 현재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