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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화 "대학 위기 시대, 출구전략·구조조정 절실"[만났습니다]

신하영 기자I 2023.01.26 06:00:00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경북대 총장 인터뷰
"대학구조조정, 정원감축 목표 갖고 추진해야 실효"
"설립자 자진폐교 시 잔여재산 환수해야 퇴로 마련“
"등록금 동결로 교육투자 감축, 인상 규제 완화를"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경북대 총장, 사진=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신하영·김형환 기자] “지방에서 대학은 다원적 가치를 갖는다. 예컨대 지방에서 1~4학년 재학생 1만명 이상의 대학 하나가 문 닫는다고 가정해보라. 대학 폐교 후 해당 지역 상권은 무너지고 지방소멸을 앞당기게 된다. 시장논리에 따라 각자도생토록 하지 말고 구조조정과 재정지원을 병행해야 이런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다.”

전국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홍원화 회장(경북대 총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방대의 위기와 관련, 대학구조조정과 출구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이후 교육부가 대학 스스로 정원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다’는 지방대의 고사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서 지난 2일 마감한 2023학년도 정시모집 결과 수험생이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곳은 전국적으로 26개 학과, 14개 대학인데 모두 지방대로 집계됐다.

홍 회장은 이와 관련, 건전한 지방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성화를 추진하고 그렇지 않은 대학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경영 한계 상황에 놓인 대학들이 스스로 문 닫을 수 있게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스스로 폐교하고 싶어하는 대학 총장·이사장들이 있다”면서도 “현행 사립학교법은 대학 청산 시 잔여재산을 국고로 귀속토록 하고 있는데 자진 폐교하는 사학 설립자가 잔여재산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들이 충원난·재정난을 겪고 있다.

△현재 대학들은 아사 직전이다. 올해로 15년째 정부의 등록금 동결정책이 지속되면서 그간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등록금은 같은 기간 23% 내렸다. 물가 인상으로 인건비·경상비·기자재 구입비 등이 올랐지만 대학의 재정수입은 오히려 축소되면서 인재 양성에 투입하는 돈도 줄이는 실정이다. 그나마 국립대는 인건비 등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지만 사립대는 등록금 동결에 학생 모집까지 어려우니 재정난이 심각하다. 대학들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최근 3년 치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지만 정부가 이를 국가장학금과 연계하는 등 인상 억제정책을 펴고 있다. 등록금을 조금이라도 올리는 대학에는 국가장학금 2유형(올해 기준 3800억원) 지원을 차단하는 방식인데 법적으로 허용된 인상률 만큼은 등록금을 올릴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육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일반재정지원(대학혁신지원사업)의 용도 제한을 푸는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인데.

△대학혁신지원사업비는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대학진단)을 통과한 대학에 나눠주는 일반재정지원인데 대학들이 이를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교직원 인건비는 총 사업비의 5% 이내에서만 쓸 수 있고, 3000만원 이상의 실험·실습 장비를 구입할 때도 한국연구재단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가 올해부터는 인건비·경상비로도 사업비를 쓸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고 한다. 교육부 대학진단을 통과한 대학에 균등 배분하는 일반 재정지원 예산인 만큼 대학이 자율성을 갖고 쓰도록 한다면 재정난에 숨통이 트일 것이다.

-대학입학자원(고졸자·재수생 등)이 2032년까지 39만명대를 유지하다가 2040년 28만명대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학구조조정은 교육부가 정원감축 목표치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때는 대학진단 평가에서 충원율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학들의 정원감축을 유도해왔는데 그러다 보니 감축 효과가 떨어졌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 때처럼 ‘10년간 16만명 감축’ 등의 목표를 세우고 전체 대학을 평가한 뒤 등급에 따라 감축 규모를 제시한 게 효과적이었다. 아니면 대학별로 일정 규모의 정원을 일괄 감축토록 하는 방법도 있다. 특히 경영 한계 상황에 놓인 대학들을 위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사실 스스로 문 닫고 싶어하는 대학 총장·이사장들이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대학 청산 시 잔여재산을 국고로 귀속토록 하고 있는데 자진 폐교하는 사학 설립자가 잔여재산을 가져갈 수 있게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일종의 ‘출구전략’인데 그 필요성을 설명한다면.

△한계 대학이 스스로 폐교하고 싶어도 퇴로가 차단돼 있어 부실 대학도 끝까지 학교를 운영하려고 한다. 이런 대학 중에는 교육부 대학진단 평가에서 충원율 기준을 맞추기 위해 교수·직원의 가족·친척을 대거 유령학생으로 등록시키는 곳도 있다. 한계 대학에 대한 퇴로를 열어주고 대학 청산 시 잔여재산을 환수하도록 해줘야 한다. 야당에선 소위 ‘먹튀’가 우려된다며 이런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는데 대학 청산 재산을 국가와 설립자가 절반씩 회수하는 등의 방식으로 퇴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부실대학이 연명하면서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데 정부의 지방대 지원 중 필요한 부분은.

△지방에서 대학은 다원적 가치를 갖는다. 예컨대 지방에서 1~4학년 재학생 1만명 이상의 대학 하나가 문 닫는다고 가정해보라. 대학 폐교 후 해당 지역 상권은 무너지고 지방소멸을 앞당기게 된다. 시장논리에 따라 각자도생토록 하지 말고 구조조정과 재정지원을 병행해야 이런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다. 건전한 지방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성화를 추진하도록 장기간 투자해주고 그렇지 않은 대학은 구조조정 하는 방식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기업·대학이 지역 산업과 연계된 발전전략을 추진하면서 대학도 이에 맞게 특성화를 추진토록 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교육부가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발표한 ‘대학 지원 체계 구축 사업’에 찬성한다. 교육부가 가진 대학 예산지원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게 해당 사업의 골자인데 방향은 옳다. 다만 지자체장들이 대학 예산을 차기 선거를 위한 공약사업에 쓴다거나 하는 전용 우려를 방지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교육부가 문재인 정부 때 도입한 대학진단 평가를 폐지하고 이를 대교협의 기관인증평가로 대체하려고 한다.

△정부는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학진단 평가를 폐지하고 대신 대교협의 대학기관인증평가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앞으로는 대교협 인증평가에서 인증유예·취소를 받은 대학은 국고지원을 못 받게 된다. 대교협 평가인증제는 2008년 도입했지만 회원 대학들이 스스로 평가비를 내고 받는 것이라 약 15%의 대학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들 대학을 모두 평가에 참여시켜야 하며 독립적으로 평가하도록 대교협 산하에 평가센터·기구를 신설할 생각이다. 대교협 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향후 어떻게 대학들을 평가할지 논의하고 이르면 상반기 중 평가계획을 발표하겠다.

홍원화 회장은...

△1963년 경북 예천 △경원고 △경북대 공대 △와세다대 공학박사 △경북대 공대 건축공학과 교수 △건설교통부 신도시건설 자문위원 △경북대 공대 부학장 △경북대 산업대학원 부원장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 공학기반단장 △경북대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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