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그간 세계 일류 기술 확보에 매진해 왔다. 이를 위해 주력 수출 품목 중심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5G·6G, 첨단 로봇 등 10대 국가 필수전략기술을 선정했으며, 육성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과학기술인이자 건설업 종사자로서 국가 필수전략기술 선정에 공감이 가면서도, 해외건설 분야가 포함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한국전쟁 이후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까지 해외건설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 브랜드 역할을 해왔다. 2010년대 중반 한창 때는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대표 수출 상품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시장 다변화와 수익성 확보 등 여러 현안을 안고 있긴 하지만, 우리 건설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현재 해외건설은 지난 2015년 유가 하락 등으로 수주액이 감소한 이후 좀처럼 예전의 수주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등을 위한 모멘텀이 절실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도 필요한 시점이다.
때마침 오는 30일부터 국토교통부가 `글로벌 인프라 협력 컨퍼런스`(GICC)를 개최한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GICC는 각국에서 발주하는 프로젝트 설명회를 비롯해 발주처와 1대1 상담회, 그리고 고위급 양자 면담과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2013년 처음 개최된 이래 올해가 10회째인 GICC는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직·간접 수주 성과를 거뒀을뿐만 아니라, 해외건설 수주 저변을 넓히는 데에도 일조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올해 행사는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치러진다하니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제한되었던 해외 발주처와의 네트워킹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GICC는 `스마트 건설 엑스포`와 함께 개최되면서 한 단계 발전된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부는 K-스마트 인프라에 대해 국가전략산업으로서 육성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해외 발주처의 요구에 부합하는 기술력과 금융을 마련하고 정부 간 협력사업 투자 확대 등을 통해 패키지로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GICC는 네트워킹에 기반한 발주처 사업 중심의 접근에서 진일보해 기술, 금융, 사업 개발을 포괄하는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행사가 될 전망이다.
GICC가 고유가의 중동,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의 아시아, 전쟁 이후 재건이 필요한 우크라이나와 이라크 등에서 국내 건설업체들이 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GICC가 K-스마트 인프라 플랫폼에서 가까운 미래에 베를린의 철도 차량 및 수송 기술 박람회(InnoTran), 미국의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등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