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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하면 독?…소액주주 반대에 상장사 주가도 '흔들'

김응태 기자I 2022.04.19 06:10:00

디엔에이링크, 합병 공시 뒤 5일만에 최저가
동원산업, 합병 결정에 주가 9%↓
소액주주 "시너지보다 지분가치 하락" 반발
전문가들 "최대주주 이익 매몰시…장기성장 어려워"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합병을 둘러싼 상장사와 소액주주 간 시각이 엇갈리면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상장사들은 시너지를 내걸며 합병을 제안했지만, 소액주주들은 지분 가치 하락 우려가 앞선다. 갈등이 심화하면서 합병 결정 이후 주가도 연일 하락하자 주주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디엔에이링크, 합병 철회되자 주가 상승 13%↑

1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디엔에이링크(127120)는 이날 3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일 엔터미디어를 흡수합병한다는 공시 이후 주가가 52주 최저가(2825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3.9% 상승했다. 지난 14일 합병 공시가 철회되자, 합병 결정이 나오기 전날 수준으로 주가를 회복한 셈이다.

유전체분석 전문기업인 디엔에이링크가 흡수합병하려 했던 엔터미디어는 휴대용 노래반주기 및 영상뮤직 콘텐츠를 제작하는 업체다. 디엔에이링크는 엔터미디어를 흡수합병할 경우 엔터미디어가 운영 중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 등의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은 곧장 반발했다. 피합병회사와의 사업적인 연관성이 모호해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무엇보다 엔터미디어가 3년 연속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합병 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결국 소액주주들이 전체 주식수의 20% 이상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합병은 취소됐다. 한 소액주주는 “피합병 기업 자체가 부실한 회사였다”며 “적자 규모가 큰 회사를 인수하는 것 자체가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는 목적밖에 없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동원산업, 흡수합병 논란 진행중…소액주주 “양심도 없다”

동원산업(006040) 역시 이달 7일 동원엔터프라이즈 흡수합병 계획을 공시했지만 소액 주주들의 반발만 부르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합병가액 산정 방식이 동원엔터프라이즈 최대주주에만 유리하게 적용됐다고 비판한다. 소액주주들은 이번 합병을 저지하기 위해 주주대표 소송과 집회까지 준비 중이다.

동원산업은 액면분할 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비율을 1:3.8385530대 비율로 산정했다. 합병가액을 보면 동원산업은 최근 주가를 가중평균 방식으로 평가해 24만8961원으로 책정했다. 반면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비상장사인 만큼 자산 및 수익가치를 바탕으로 19만1130원으로 결정했다. 이 같은 합병가액으로 합병을 진행하면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최대주주인 오너가들은 지분을 과다하게 확보하는 한편, 동원산업 주주들의 지분 비중은 축소된다. 동원산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692억원으로 동원엔터프라이즈 별도 기준 순이익(569억원)의 3배가량 큰 데도, 동원산업의 회사가치는 약 9100억원인 반면 동원엔터프라이즈는 2조2300억원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합병비율 논란이 거세지자 동원산업의 주가도 연일 하락세다. 이날 동원산업의 주가는 24만500원으로 지난 7일 합병 공시 당일 종가(26만5000원) 대비 9.2% 내렸다.

◇전문가들 “소액주주 홀대 시, 장기성장 어려워”

전문가들은 합병 과정에서 지분 확보 등 최대주주 이익에만 매몰될 경우 장기적인 기업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기에 인수합병 과정에서 소액 주주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장사가 주주들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으면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성이 떨어진다”며 “기업이 합병하거나 매각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10~20% 할증하는 것처럼 소액주주 피해를 막기 위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주식매수 청구권을 부여하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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