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방영된 드라마 ‘모범형사’에서 나오는 한 형사의 한탄이다. 실종사건을 마주하는 경찰들의 곤혹스러움이 담겼다. 그럼에도 이 까다로운 실종사건들을 ‘사명’처럼 여겨온 전직 경찰이 이건수(55)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다. 20여년간 경찰로 근무하면서 2012년 ‘최다 실종 가족 찾아주기’ 대한민국 공식 기록을, 이듬해엔 3742명의 헤어진 가족을 상봉시킨 업적으로 세계 공식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5300여건의 해외입양자, 실종자들의 가족을 다시 만나게 이어준 실종수사 국내 최고 권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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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최근 국회에 발의된 ‘실종성인의 소재발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실종성인법)을 반겼다. 다만 현행 실종아동법과 병합해 ‘실종법’으로 확대해야 한단 입장이다.
그는 최근 충남 천안 백석대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실종수사에 나이 제한을 두는 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법상 성인은 단순 가출로 분류되는 경우가 너무 많은데, 가출 안에 실종이 있는 게 아니라 실종 안에 가출이 있는 것”이라며 ”경찰이 (성인)실종수사에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권한과 의무를 주는 법안이 절실하다”고 했다.
성인 실종신고는 연평균 약 7만건에 달하지만, 가출인으로 분류돼 위치 추적이나 신용카드사용 내역 조회 등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어 수사의 걸림돌이 되고 있단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에 이 교수는 실종법 제정과 함께 민관으로 구성된 ‘실종가족 찾기 전문센터’도 설립, 민간엔 실종자 가족을 위한 법률적 서비스를 맡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실종가족을 찾았지만, 생사도 몰랐던 가족이 처음 마주하는 상봉 현장은 매 순간이 특별하다고 말한다.
그는 “50대 후반의 택시기사 한 분이 ‘강원도 태백에서 50년 전 가족과 헤어졌다’는 기억만 갖고 저를 찾아왔다”며 “태백 일대를 며칠간 수소문한 끝에 어머님을 만나러 갔는데, 그날 하필 비가 억수로 내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고부랑길을 헤쳐가면서 ‘이러다 죽는 게 아닌가’ 싶었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새벽 4시쯤 모자가 상봉했는데,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수십 년 전 생이별한 형을 찾겠다고 온 의뢰인도 잊을 수 없다. 눈이 엄청 내리던 날 길을 잃는 바람에 넝마주이에 잡혀가 앵벌이를 하면서 유년시절을 보낸 의뢰인 사연을 들은 이 교수는 5개월여 전국 방방곡곡을 뒤진 끝에 강릉에 살고 있는 형을 찾아줬다. 이 교수는 “둘이 만나는 순간 얼싸안고 울음바다가 됐다”며 “형은 ‘동생 잃어버렸다’며 아버지에게 맞고 자라선 결혼도 않고 혼자 살고 있더라. 가족 잃은 슬픔은 참으로 길고, 이루 말로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종자 찾기, 나의 사명…탐정센터서 계속”
사실 실종자 찾기 같은 민원업무는 일선 경찰관들이 선호하는 부서는 결코 아니다. 이 교수도 경찰 재직 시절 ‘선호도 1순위’ 핵심부서였던 정보과로 오란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바로 간다고 답했는데, 그날부터 밤에 잠이 안 오더라. 밤마다 실종자 가족들이 우는 모습과 아파하는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며 “그래서 나는 실종자 찾는 게 사명인 사람이구나 깨달았다”고 말했다.
2017년 공직을 떠난 이 교수는 아직도 실종자를 찾고 있다. 현재 백석대 경찰학부에서 미래 경찰인력을 양성하는 동시에 민간 실종 전문수사 기관인 ‘이건수 CSI 탐정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 교수는 “탐정센터에서 잃어버린 가족을 찾은 방법을 알려주고 무료 상담을 해준다”며 “어려운 분들에 현장에 나가 가족 찾는 걸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에 3~10건 정도 상담이 온다”며 “실종자 찾기는 제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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