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3년 1월부터 임기가 시작될 차차기 대한경영학회장에 선출된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측에 일자리 정책의 프레임을 이렇게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 하에서 정부가 주력한 공공일자리에 대해서도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하에서 단기 공공일자리 투입은 불가피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큰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직접 만드는 단기 일자리라 해도 그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이를 기반으로 다음 일자리로 올며갈 있도록 돕는 게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중소기업 등에 고용장려금을 지원해 1년 이상 재직할 수 있는 근로자를 채용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제대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대기업 등에서 일할 수 있는 일경험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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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윤동열 교수와의 일문일답.
-국가인재경영연구원과 `백지에 그리는 일자리`라는 출간 프로젝트를 하게 된 계기는.
△일자리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 정책기획위원회,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부처 자문을 수행하고, 플랫폼 비즈니스 노동자와 원하청 근로자,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단기 일자리 정책으로는 현재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실제 현장에서 청년들과 취약계층이 느끼는 일자리 문제와 정부 정책 간 체감도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일자리 갯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한 만큼 어떻게 하면 이러한 문제의 해결이 가능한지를 고민하다가 참여하게 됐다. 본 저서의 집필은 기획부터 집필까지 1년 이상 준비했다. 관련 분야 최고 집필진을 모으기 위해 노력했고, 데이터 기반으로 한 책을 집필하기 위해 분야별 현장경험이 풍부한 연구자를 중심으로 공동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차별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일자리 공약도 봤을 텐데. 어떻게 평가하나.
△지금까지는 어느 후보든 일자리 창출을 우선 과제로 이야기 하지만 실제 일자리 관련 공약에 대한 발표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재명 후보든, 윤석열 후보든 기본적으로 공공부문 주도의 일자리 정책을 추진해 온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고 있다는 인상은 받았다. 양 측 모두 민간과 시장에서의 일자리 창출을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방향성은 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사회경제 개혁에 주력으로 공정 성장을 강조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별 완화를 강조하고 있다. 135조원에 이르는 민간 투자를 통해 일자리 200만개 창출을 얼마 전 발표한 바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부여하는 종속성을 제재하되 중소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인데, 궤적인 세부적인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후보 측은 문 정부가 추진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비판하면서 민간주도형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 성장을 위해 전반적인 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있고, 특히 비대면이나 의료, 문화컨텐츠 분야 산업육성에 보다 치중하는 것 같다. 그러나 윤 후보 역시 제대로 된 일자리 정책이 아직은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신 대학 교육개혁을 통한 혁신, 산학연 공조체계 구축 등은 흥미로운 대목이었으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디지털화와 비대면 활성화, 탄소중립에 따른 에너지전환은 일자리 측면에서 위기이자 기회다. 어떻게 해야 기회로 만들 수 있나.
△유럽과 미국 등 해외사례를 살펴보고 배워야 한다. 유럽연합(EU)은 우리나라처럼 탄소중립 관련 계획 목표를 먼저 발표한 뒤 일자리 전환을 위한 추진계획을 부처 및 산업별로 할당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전환을 위해 필요한 산업지원 방향과 수요에 대해서 우선 체계적으로 검토하면서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한다. 디지털화와 탄소중립의 영향으로 자동차산업과 석탄산업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예로 들어, 자동차산업의 경우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이나 소비자의 자동차 선호 변화, 자동차산업에서의 가치사슬 변화 등을 우선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스마트 팩토리 도입 등은 기업 효율성 향상 역시 일자리 창출과 동시에 이뤄지기 어렵다. 수직적 구조의 자동차산업의 경우 2,3차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의 사업 계획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소비자는 구매단계에서부터 카셰어링(차량공유)와 인터넷 구매 등을 고민하고 있는 등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도 고려해야한다. 이러한 선호 변화는 현장판매 딜러의 수를 줄이기도 할 것이며, 기존 내연기관 차량이 줄어들고 친환경차의 판매가 늘면서 전기차나 수소차 정비의 필요성에 맞춰 정비업계에서 필요한 기술인력의 대체도 이루어질 것이다. 이 모든 걸 고려해야만 일자리 전환을 위기에서 기회로 만들 수 있다. 탄소중립이나 디지털 전환에 따라 유지되는 직종도 있고 직무의 내용이 일부 변하는 직종도 있는 반면 새롭게 등장하는 직종도 있는 만큼 이런 종합적 분석의 토대 위에서 일자리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EU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자동차산업의 다양한 벨류체인을 고민하면서 대전환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자동차 생산단계에서이 일자리 변화만을 주로 얘기하는데, 더 중요한 건 소비자 취향의 변화에 따른 판매, 정비, 리세일 등 전후방 연계된 일자리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팬데믹은 결국 일자리 위기다. 특히 취약계층이나 청년, 여성 등이 더 큰 피해를 봤다. 이들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해야 하나.
△코로나19 상황이 나빠질수록 비대면 선호와 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취약계층 고용이 더 나빠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소상공인이나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 더 치명적인 영향이 미쳤다. 특히 최근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민간기업의 좋은 일자리 구인 수요는 더욱 줄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과 청년층의 구직 수요가 상대적으로 증가하면서 전반적 고용 상황도 더 악화할 것으로 보여 공공취업지원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장의 공공 고용서비스기관은 대면서비스 제약 등으로 인해 투입할 역량과 인력에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공공고용서비스 영역에서는 인공지능(AI)과 비대면 서비스 확산 등 국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신속하게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또 포스트 코로나와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 전국민 고용보험제도 검토 등 공공고용서비스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외환위기 후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과 청년층이 고용 한파를 이겨낼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시기다.
-팬데믹 내내 정부는 재정 지원을 통한 공공일자리 확충에 집중했다. 어떤 문제가 있나. 앞으로 이런 위기에는 어떤 대책을 써야 하나.
△팬데믹 충격이 컸을 땐 단기 공공일자리를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취약계층이나 청년이 일자리를 많이 잃은 만큼 이들을 위한 직접 일자리는 필요했다. 올해만 해도 본예산에서 3조원 이상 투입됐고 추경에서 3조원이 더 투입돼 55만개 일자리를 만들었다. 다만 문제는 이런 단기 공공일자리는 위기 하에서 일시적으로 통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큰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청년이나 여성들이 경력을 개발해 다음 경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경력개발을 지원해야 하는데, 이러한 역할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자리 데이터를 살펴보더라도 단기 공공일자리에서 경력 개발을 통해 다음 일자리로 상향되는 경우는 없었다. 경력을 쌓을 수 있으면서 이를 통해 다음 일자리로 갈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는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1년 이상 재직 근로자를 채용할 경우 고용장려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와 함께 일과 경력을 함께 쌓을 수 있는 일경험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한다면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SK하이닉스와 LG전자 등 대기업이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통해 제공한 일경험의 경우 3개월 단기과정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많은 대학생들이 지원한 경우도 있다. 제대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업에서 최저임금 이상을 받으면서 경력 개발과 연계할 수 있는 인턴십 등을 늘려야 한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는 민간이 만드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여야 할까.
△일자리 정책을 정부가 너무 주도하려고 하는 게 문제다. 관(官)이 중심이 아니라 산학연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걸 주도해야 하는데, 이번 정부뿐 아니라 많은 정부에서 기업을 관리하거나 통제해야할 대상으로 생각했던 경향이 있었다. 기업이 지역에서 일자리를 만드는데 있어서 지역대학은 연구 기능을 지원하고 공공기관이나 연구소도 산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지원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일자리 정책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도요타나 폭스바겐 등 하나의 기업도시 생태계를 이루고 이쓴 사례를 살펴보면 대기업과 전후방 연계된 산업과 협력업체들이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정부가 산업단위 계획을 세우고 기업에 이에 대한 참여를 요구하는 식이다. 최근 국내에선 IT나 소프트웨어업종 등의 창업이 많은데 이들은 굳이 생산기지가 필요 없는 산업들로 국경이 없고 확장성에도 제한이 없다. 다만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제조업을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북유럽, 호주 등 자원이 풍부하고 인구수가 적은 국가와 비교하지 말고, 우리 현실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 기업들이 주도하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사실 민간이 일자리를 늘리려 해도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져 고용 확대가 되려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과거 선진국 노동개혁 과정을 보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가 수반되지 않는 정책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현 정부 일자리정책은 장기적이고 구조적 관점에서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미흡하고 기업의 노동비용만 높여 일자리 창출 의역을 저해하는 부정적 시그널만 줬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도 정규직에 대한 고용 보호를 낮추는 대신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을 개선해 상호 격차를 최소화하는 것인데, 현 정부는 정규직에 대한 유연화 정책 없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동 개혁의 목표는 노동과 복지비용을 낮춰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 개혁은 비정규직 보호보다 고용 유연화를 우선 실천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근로자 임금을 크게 올리면 생존할 수 없다. 결국 대기업 노조가 책임감을 갖고 기득권을 버리면서 중소기업과 함께 갈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대기업 노조나 정규직의 기득권을 버리기 전에는 현실화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