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식이 만든 `캐스퍼` 돌풍…노사상생 없인 일자리 없다"

최훈길 기자I 2021.11.29 07:06:00

[만났습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 시장 ①
年 1만 고용창출 ‘광주형 일자리’ 비결은
‘이대론 공멸’ 위기의식→노사상생 밑거름
캐스퍼 하자 0건, 앞으론 친환경차도 생산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일자리로 지속가능성

[광주=이데일리 최훈길 공지유 기자] “광주형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대안입니다.”

초대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지난 19일 시장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 같이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청년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고 노사 갈등으로 파업·집회가 잇따르고 있지만, 광주 분위기는 달랐다. 광주형 일자리 산물로 캐스퍼가 출시되면서 지역사회의 기대감이 컸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 19일 광주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1951년 전남 함평 출생 △학다리고 △전남대 무역학과 △미시간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성균관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재정경제부 국세심판원장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관세청장 △국세청장 △행정자치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 △제18·19대 국회의원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 △법무법인 율촌 고문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상하수도협회장(현) △광주광역시장(현)(사진=광주시)


이 시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것도 이 같은 `캐스퍼 돌풍`의 비결을 직접 듣고 싶어서였다. 코로나19 쇼크에도 광주형 일자리로 연간 1만개 일자리가 창출한 비법이 무엇인지, 노조 반발에도 노사 대타협으로 성과를 만들어낸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해서다.

이 시장은 “노사가 합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대로 가면 모두 죽는다’는 위기 의식이 있었다”며 “노사 상생 없이는 일자리를 만들고 지속하기 힘들다. 앞으로 과제도 노사 상생으로 세계 유일의 사회 대통합형 일자리를 유지·확산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스퍼 돌풍인데 광주형 일자리 소회는.

△광주형 일자리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노사상생 사회대통합형 일자리다. 이해관계가 전혀 다른 노사가 해법을 찾아야 해서 엄청 어려운 과제였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할 거라 생각한 사람이 많지 않다.

-제일 힘들었던 점은.

△노사 업무계약 체결 과정이 생각난다. 현대차와 2018년 12월 6일 업무협약 체결이 예정돼 있어 노사민정협의회가 개최됐다. 그런데 노동계가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방문 일정을 잡고 행사장 점검, 리허설까지 했는데 결국 업무협약 체결이 무산됐다. 그 뒤로 제가 직접 협상 책임자로 나섰다. 이후 노사상생도시를 선언하고 2019년 1월31일 마침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광주형 일자리 성공 배경은.

△첫째, 150만명 광주시민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적극 도왔다. 이 때문에 지역 노동계를 설득할 수 있었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대선 공약, 100대 국정과제로 채택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 셋째,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와 현대차가 미래를 내다본 통 큰 결단을 했다.

-노사 대타협이 어떻게 가능했나.

△위기의식 때문이다. 지난 23년간 한국에서 자동차 공장이 건설되지 못했다. 높은 임금, 낮은 효율성, 노사 분쟁 등으로 경쟁력·수익이 없어서다. 하지만 노사는 광주형 일자리를 성공에 따른 희망을 가졌다. 현대차는 새로운 미래 자동차공장 기반에 대한 희망을 생각했다. 노조는 일자리 지속가능성을 생각했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 내 조립공장 전경.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캐스퍼 돌풍이 계속될까.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첫째는 노사 상생이 매우 중요하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사장부터 직원까지 모두 노동자이자 경영자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 같은 노사 상생 문화가 잘 정착되고 있다. 둘째는 차량의 성능과 품질을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 캐스퍼 사전계약 첫날인 9월 14일에 1만8940대 온라인 주문을 받았다. 현대차 역사 상 가장 많은 예약이라고 한다. 셋째는 자동차시장 변화에 맞춰서 가야 한다. 캐스퍼를 내연차로 만든 것은 현재 자동차 시장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판매한 차량 중 전기차·수소전기차는 2.8%다. 현재로선 전기차·수소전기차를 만들면 수익이 안 난다. 캐스퍼 생산 이후에는 전기차·수소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은 친환경차도 만들 수 있도록 전환하는 최첨단 생산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캐스퍼 출발은 좋은데 계속 잘 팔릴 수 있을까.

△지난 두 달 간 캐스퍼 하자가 전혀 없었다. 품질·성능이 확실히 보장됐다. 다만 가격이 소형차 치고는 좀 비싸다. 그래도 에어백이 7개 있고, 자동제어시스템도 아주 잘 돼 있다. 경차답지 않게 안전한 성능을 갖고 있다. 취득세 감면, 주차료 면제 등 경차가 받는 혜택도 다 받을 수 있다.

-광주형 일자리가 지속가능하려면.

△광주형 일자리 기본 정신은 첫째 적정 임금, 둘째 적정 노동시간, 셋째 노사상생, 넷째 원·하청 동반성장이다. 적정 임금을 유지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좋은 근무 환경 등으로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여야 한다. 광주글로벌모터스 평균 연봉 3500만원의 기술직 공채에도 186명 모집에 1만 2600여명이 응시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또한 직원들에게 주거 지원, 공공어린이집, 개방형체육관, 노사상생동반성장센터, 통근버스 지원 혜택도 있다.

-앞으로 전망도 밝게 보나.

△그렇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연구개발(R&D)에 초점을 맞추고, 생산은 위탁생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따라서 현대차는 전기차·수소차를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R&D에 치중하고, 생산은 글로벌광주모터스에 위탁하는 쪽으로 가면 될 것이다.

-만약 정권이 바뀌어도 광주형 일자리가 계속될 수 있을까.

△계속될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 지역사회가 하나가 돼 만들어진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광주형 일자리를 지원했다. 직원들에게 주거, 복지, 육아시설 제공하는데 야당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가 다른 곳까지 확산되면 전반적인 한국경제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용섭(가운데) 광주광역시장, 이원희(오른쪽)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부장이 2019년 1월31일 오후 광주시청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서 협약서에 디지털 서명을 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광주형 일자리 후속 계획은.

△첫째로는 광주형 일자리가 마중물이 돼 사업이 확장돼야 한다. 둘째로는 광주를 친환경 미래 자동차의 메카로 만들 것이다. 셋째로는 인공지능(AI)과 결합한 단지를 만들 것이다. 앞으로 자동차는 운송수단만이 아니라 휴식, 업무도 볼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자동차와 AI가 결합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지 않고 몰릴 수 있을까.

△국가균형발전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광주 청년들이 떠나는 것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꿈을 펼치기에 광주 시장이 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주·전남, 부산·울산·경남, 세종·대전·충남·충북 등으로 통합해 메가시티를 만들어야 한다. 지자체 스스로 통합하고, 국가가 메가시티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지방에서 아이를 낳아도 꿈을 실현하면서 잘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광주는 만남, 결혼, 임신, 출산, 보육, 일·가정 양립 등 생애주기별 6단계로 지원을 하고 있다. 이 결과 올해 1~8월 연속으로 출생아 수가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유일하게 늘어났다.

-지방분권을 위해 국가 지원이 필요한 점은.

△일단 수도권과 경쟁하려면 지자체도 메가시티 등을 통해 파이가 커져야 한다. 둘째로, 지금은 행정안전부 권한이 세다. AI 분야를 맡을 2급 실장직을 만들려고 해도 행안부 결정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는 지자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로는 중앙과 지자체 간 재정 균형이 필요하다. 지자체 간 재정 불균형이 심각하다. 지자체 간 재정을 균형되게 조정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