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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P2P) 에잇퍼센트의 창업자 이효진 대표는 은행원 출신이다. 안정적인 직장이자 8년간 몸담고 있던 은행을 박차고 나와 기성 금융권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는 “본점에서 6년 정도 일을 하다가 마지막 트레이딩 업무를 하고, 지점에 발령을 받았는데 시할아버님이 돌아가셨다”면서 “주변에 가까운 가족, 친척 중에 돌아가신 경우가 처음이라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1%의 가능성을 두고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하는 것은 트레이딩에서 가장 기본적인 리스크 분석 방식이다. 그는 이를 자신의 인생에 적용했다. 이 대표는 “제 인생에서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100%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P2P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공교롭게도 은행 업무를 하면서다. 그는 “창구에서 고객상담을 하면서 늘 은행이 서비스하지 못하는 고객님들이 많이 계시고, 그래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면서 “대부분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쓰시고 계셨다. 시장의 불합리함을 느끼던 와중에 미국, 영국에서 P2P금융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말했다.
P2P는 전통적인 금융권이 외면한 사각지대에서 싹을 틔웠다. 높은 신용등급과 담보를 요구하는 기성 금융권과 달리 이보다 높은 중금리를 통해 대출자는 보다 합리적인 대출 이자를 지불하고, 투자자에게는 저금리 시대의 좋은 투자처를 제공한다. 낡은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삶과 가치관을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도 닮았다.
실제로 이 대표는 83년생인 MZ세대이기도 하다. P2P업체 역시 MZ세대와 함께 성장했다. 모바일 사용이 익숙한 2030세대들은 휴대전화를 통해 손쉽게 P2P에 투자한다. 저금리 시대속에서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는 비교적 투자에 개방적이다. 가상화폐나 동학개미 등 최근 투자 트렌드를 선도한 것도 이들이다. 에잇퍼센트의 경우에도 20대와 30대의 투자 비중은 62%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이에 발맞춰 MZ세대들을 위한 프리미엄 투자 서비스인 ‘블랙멤버십’을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코로나 발발 이후 은행 PB, 증권사의 WM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워진 ‘밀레니얼 리치’의 재테크 수요에 부응하는 컨설팅을 진행 중”이라면서 “서비스 가입자에게는 절세, 상속, 증여 등 자문 서비스나 1:1 투자 브리핑 등 다양한 혜택을 전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금융 사다리’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P2P시장은 그동안 합법과 안전성 논란을 거치며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꾸준히 성장했다. 지난해 관련법이 생기면서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에잇퍼센트는 2금융권을 이용하며 20%이상의 고금리로 힘들어하시던 대출자가 에잇퍼센트를 통해 중금리로 갈아타고 결국 에잇퍼센트에 투자자로 돌아오시기를 희망한다”면서 “지금의 대출자가 투자자가 되는, 이른바 ‘금융의 선순환’”이라고 강조했다.
이효진 대표는 오는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리부트 유어 스토리(Reboot Your Story)-다시 쓰는 우리 이야기’를 주제로 열리는 제10회 이데일리 W페스타 ‘챕터 3 새로고침-굴레를 벗어나’에 연사로 참여해 새 질서를 만들어갈 MZ세대의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