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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제발 여행업을 영업제한업종으로 지정해줬으면 한다.”
오랜만에 만난 중소여행사 대표의 하소연이다. 그는 “정부는 법률상 공식적인 행정명령이 없었다는 이유로 여행업은 영업제한업종이 아니라고 한다”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난 1년 6개월간 입출국시 자가격리 14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정부 지침으로 여행이 막혔는데, 이게 사실상 영업제한이 아니면 뭐라는 말이냐”고 토로했다.
정부는 여행업에 대해 집합금지나 영업제한 같은 행정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달 초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도 여행업은 손실보상법(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손실보상법은 국가나 공공단체의 적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해 사유재산권에 발생한 손실을 정부가 보상하는 제도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적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그 대상이다.
정부가 이를 대신해 내놓은 여행업 지원책은 터무니 없는 수준이다. 정부는 2차 추경을 통해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 지원 대상에 여행업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은 지원 대상을 크게 집합금지, 영업제한, 경영위기 업종으로 구분한다. 여행업은 경영위기 업종에 해당한다. 지원 내용을 보면 여행업은 매출액과 감소비율에 따라 최대 300만원, 최저 1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 규모도 기가 막힐 수준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마저도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최대 3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여행사는 사실상 없다. 이유가 있다. 2020년 매출액을 지원금 산출 기준으로 삼은 탓이다. 2020년 매출액이 ‘4억원 이상’이어야 최대 지원금(매출액 40% 이상 감소시 300만원, 20~40% 감소시 2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일부 대형여행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소여행사는 매출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한국여행업협회가 지난해 전국 여행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의 83%가 2020년 상반기 매출액이 5000만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이 자료에 근거하면, 여행사 10곳 중 8곳은 2020년 매출액이 ‘8000만원 미만’에 그쳐 지원금을 100만원 또는 150만원밖에 받을 수 없다. 그마저도 종업원이 5인 미만의 소상공인 여행사만 여기에 해당한다. 사실상 이 조건을 충족할 여행사는 없다.
손실보상법을 놓고 말들이 많은 이유는 재원확보와 형평성이다. 특히 형평성을 두고 논란이 많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희생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강요된 손실’에 대해서는 분명히 보상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업종인 여행업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들 여행업은 지난 1년 6개월간 매출 제로(0) 상태로 버텨오면서 폐업과 대량실직 사태에 처해 있을 정도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의 책임도 결코 적지 않다. 행정 명령 이상의 각종 제한 조치와 여행 자제요청은 사실상 여행업의 영업을 제한한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법률상 공식적인 ‘행정명령’이 없었다는 이유가, 여행업이 손실을 강요받았다는 사실을 묵인하는 근거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