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일단 급락세는 멈췄지만, 반등의 힘은 그리 강하지 못했다. 가상자산시장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이번 주에도 4만달러라는 심리적 저항선을 한때 넘보기도 했지만, 매물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경제학자 로버트 기요사키처럼 지금의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싸게 살 기회로 여기는 쪽이 있는 반면 JP모건체이스처럼 기관투자가 비중이 다시 줄어들고 있는 만큼 추가 하락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쪽도 맞서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과 미국에 이어 이번 주에는 영국과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로부터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한 터라 당분간 시장은 의미있는 반등을 보이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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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아빠, 가난한아빠’ 저자 “비트코인 싸게 살 기회”
5월 중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며 지난 2011년 이후 근 10년 만에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한 달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베스트셀러인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인 로버트 기요사키가 이 같은 가격 하락 덕에 비트코인을 싸게 살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3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인 마켓워치에 따르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경제학자인 기요사키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트윗을 통해 “비트코인 급락은 굉장한 소식”이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는 “이 같은 비트코인 급락은 훌륭한 (저가) 매수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2만7000달러까지 내려간다면 개인적으로 다시 비트코인을 매수하기 시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요사키는 “문제는 금(金)이나 은(銀), 또는 비트코인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며 바로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월스트리트에 있는 무능력자들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실제로 (지금으로부터 21년 전인) 2000년에 금 가격이 300달러였던 것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앞서 기요사키는 코로나19 이전부터 현행 금융시스템을 비판하면서 “연준과 미 재무부, 조 바이든 행정부는 루저(loser)들이며 사회주의자들”이라고 지칭하며 미국 달러화의 시대는 끝났으니 저축하지 말고 금이나 은, 비트코인에 투자하라는 의견을 제시해 왔다.
◇“너무 커진 비트코인, 규제 칼날 벗어나는 건 불가능”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이 하나의 현상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감독당국의 규제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스웨덴 중앙은행인 리크스방크 스테판 잉버스 총재가 지적했다.
1일(현지시간) 잉버스 총재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그 덩치가) 너무 커져서 더이상 규제의 틀을 벗어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것이 충분히 커지면 소비자 이익이나 돈세탁과 같은 문제가 나타나게 된다”면서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가 뒤따를 것이라고 믿는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스웨덴은 중앙은행 차원에서 디지털 화폐를 개발하려는 노력을 가장 발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화폐를 서둘러 개발함으로써 현금 소멸에 대비하고 가상자산이 그 공백을 메우는 것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잉버스 총재도 이전부터 스웨덴이 앞으로 5년 내에 자체적인 디지털 화폐인 ‘e-크로나’를 발행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 같은 각국에서의 디지털 화폐 발행 계획에 따라 규제도 나타날 것으로 봤다. 잉버스 총재는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는 아마도 여러 다른 지역에서, 여러 다른 시기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현재 스웨덴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아사 린드하겐 금융부 장관은 “스웨덴 정부는 이미 가상자산 거래소 플랫폼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이는 국제적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 “변동성 큰 비트코인, 금(金)보단 구리”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을 안정적으로 헤지(=위험회피)할 수 있는 ‘디지털 금(金)’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오히려 구리와 같은 위험자산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에서 상품(커머디티) 리서치를 책임지고 있는 제프 커리 글로벌 대표는 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금과 구리 모두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을 가지지만, 구리는 가격 변동성이 훨씬 더 커 위험자산에 가깝고 금은 보다 안정적인 안전자산이라 할 수 있다”면서 “비트코인은 금보다는 구리에 훨씬 더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비트코인과 구리, 또는 비트코인과 위험자산 선호를 보여주는 지표와의 상관관계를 본다면 지난 10년 간 비트코인은 위험자산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커리 대표는 “인플레이션은 크게 좋은 인플레와 나쁜 인플레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는 다른 헤지 방법을 가진다”며 “좋은 인플레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이런 유형의 인플레일 때 비트코인과 구리, 원유는 훌륭한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주로 공급 사이드에서의 원인으로 생기는 나쁜 인플레이션의 경우 금이 적절한 헤지수단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점에서 비트코인은 경기순환 사이클의 마지막 단계에 총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시점에 발생하는 단기적인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는데 유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JP모건 “비트코인 가격 더 떨어질 수도”
미국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투자은행(IB)인 JP모건이 최근 급락장에서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 저가 매수를 피하고 있는 만큼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안정화하기 전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인 CNBC에 따르면 니콜라오스 패나기르초글로우 JP모건 스트래티지스트는 이날 내놓은 리서치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급격한 조정을 받은 뒤 안정화하기 전까지 추가로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점쳤다.
그는 “현재 가격 변동성이 매우 높아진 비트코인이 작년 여름과 같이 2배 수준으로 당장 되돌아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 “중기적으로 변동성 비율이 적게는 4배, 높게는 6배 정도까지만 회복되는 게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보고서에서 패나기르초글로우 스트래티지스트는 “현재로서는 중기적인 관점에서 비트코인의 적정 가치는 2만4000~3만6000달러 정도”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 급락 이후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수요는 줄어들었다”면서 “최근 몇 주 간에 나타났던 가격 급락과 변동성 확대로 인해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대규모로 받아 들이는 것에 일정 부분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금(金)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기관들이 자신들의 포트폴리오 내에서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투자 비중을 줄이는 대신 전통적인 금을 더 사담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추가적인 기관투자가들의 시장 참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대수탁銀’ BNY멜론, 더블린을 가상자산 허브로
지난 2월에 가상자산 서비스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던 미국 BNY멜론이 아일랜드 수도인 더블린을 가상자산 사업의 거점으로 삼고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현지시간) 비즈니스 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BNY멜론이 더블린을 자사 ‘디지털 혁신 허브’로 삼고,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사업부터 시작해 가상자산과 관련된 보유와 이체, 발행 등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더블린에는 새로운 법인을 세울 예정이며, 이 신설법인은 비트코인과 같은 민간 가상자산뿐 아니라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다양한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를 준비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월 BNY멜론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과 관련한 보유, 양도, 발행 등 일련의 자금 조달 서비스를 은행권 최초로 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BNY멜론은 디지털 에셋이란 계열사를 통해 연말에 가상자산을 발행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BNY멜론 어드벤스트 솔루션스의 마이크 데미시 대표가 디지털 에셋를 이끌 예정이다.
BNY멜론은 지난 2007년 뱅크오브뉴욕과 멜론파이낸셜 코퍼레이션이 합병하면서 생겨난 대형 은행으로, 전통적인 자산에 대한 수탁서비스에서는 미국 내 단연 1위 은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운용 중인 총자산이 2조2000억달러, 수탁자산은 41조700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BNY멜론은 지난 1994년부터 아일랜드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신설 현지법인은 아일랜드 중앙은행(CBI)으로부터 규제와 감독을 받게 된다. 다만 최근 더빌 롤랜드 CBI 금융행동국장이 “비트코인은 상당히 투기적이면서도 규제 받지 않고 있는 투자처”라면서 “비트코인 인기 상승에 대해 매우 큰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발언한 만큼 현지 사업 확장이 수월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금세탁방지 미충족 가상자산 많다”…英 퇴출 경고
그동안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위험성을 누차 경고해 온 영국 금융당국인 금융행위감독청(FCA)이 이번에는 많은 가상자산 업체들이 아직도 자금세탁방지법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3일(현지시간)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영국 FCA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아직도 대단히 많은 수의 가상자산 서비스업체들이 자금세탁방지법 규정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시키기 못해 FCA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한 채 등록 승인 신청을 스스로 철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FCA는 가상자산업체들이 당국으로부터 이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데드라인을 종전 3월31일로 제시했지만, 이를 7월9일로 연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연장된 시한을 한 달 정도 남긴 상황에서도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업체가 상당하다며 투자자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준 셈이다.
앞서 FCA는 올 1월부터 가상자산업체들에게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 방지에 관한 영국 법령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면서 “FCA는 이러한 활동을 식별하고 방지하기 위한 프로세스가 마련돼 있다고 확신하는 회사만 등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FCA는 “가상자산에 투자하거나 이와 관련된 대출을 활용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돈을 매우 높은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며 “가상자산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은 자신의 돈을 다 잃을 각오를 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유럽 최대운용사 아문디 “비트코인은 일종의 코미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들은 금융시장에 형성돼 있는 버블(거품)을 여실히 보여주는 징표로서, 일종의 코미디(farce·소극)과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을 대표하는 최대 자산운용사인 아문디를 이끌고 있는 파스칼 블랑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상자산에 대해 이처럼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블랑케 CIO는 “가상자산은 코미디극(劇)과도 같다”고 비유하면서 “결국엔 각 국 정부와 규제당국은 (비트코인이 만들어내고 있는) 그 음악소리를 멈추게 하고 말 것”이라고 예견했다. 또 “나중에 비트코인은 각 국 중앙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를 도입하도록 몰아붙인 존재 정도로 기억될 것”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블랑케 CIO는 “만약 가상자산에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가 있다면 우선 중국 통화인 위안화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린 뒤 나중에 (그 중 일부를) 가상자산으로 다변화하는 것이 더 낫다”고도 조언했다.
이같은 블랑케 CIO의 발언 이후 아문디 측은 가상자산에 대해 연구보고서를 내고 ”현재로서는 가상자산은 검증된 가치저장의 수단이 아니며 인정받는 가치적도나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가치교환의 수단도 아니다“며 이 때문에 화폐의 형태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가상자산은 실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그 밸류에이션을 평가할 만한 모델도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버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