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속 우뚝선 K바이오]②실적 뜯어보니...CMO 뜨고 진단키트·치료제 지고

김지완 기자I 2021.05.26 06:00:00

CMO는 하반기 갈수록 생산량 늘어나
AZ백신에 노바백스, 모더나, 스푸트니크V 가세
셀트리온 이후 2호 국산치료제 기대감 소멸
줄줄이 임상실패에 후속 임상포기 속출
투자자들도 발빼며 주가 연일 하락세
진단키트·마스크도 코로나 특수 마무리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코로나백신·치료제 위탁생산(CMO)은 올해 전례없는 호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관세청은 25일 올해 4월까지 백신 수출액이 8323만 달러(943억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백신 수출액 1억 7258만 달러(1955억원)의 48%에 해당되는 수치다. 이 기간 바이러스·항바이러스(치료제) 수출액은 224만 달러(25억원)로 지난해 전체 수출액 8만8000 달러(9971만원)를 넘어섰다. 이 수출액 통계엔 아스트라제네카(AZ)백신 원료와 완제가 포함됐다.

[단위=억원][자료=각사, 금융감독원]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지난 2월 이후 AZ백신 생산이 본궤도에 올라섰고 하반기 노바백스(Novavex), 전염병대응혁신연합(CEPI) 물량이 추가되면 백신 위탁생산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노바백스는 공정개발이 들어간 위탁개발생산(CDMO)으로 AZ백신 CMO보다 마진율이 조금 더 높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 1분기에 매출증가율 422.4%을 보이며 매출액 1127억원, 영업이익 537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한 해 매출이 2256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올 1분기에 1년 매출 절반을 달성한 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1분기 전체 매출 1127억원 가운데 코로나 백신·유통 등 용역매출이 969억원으로 86%를 차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지난해 GSK, 일라이릴리 등 코로나 치료제 대규모 수주로 3공장 가동률이 지난해 4분기 25% 에서 현재 70% 수준으로 높아졌다. 여기에 모더나 코로나백신 완제의약품 위탁생산으로 실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공장 3만ℓ, 2공장 15만4000ℓ, 3공장 18만ℓ로, 3공장 가동률이 실적과 직결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분기 매출액 2608억원, 영업이익 743억원을 기록했다.

올 하반기 러시아 백신도 생산될 전망이다.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스푸트니크v(Sputunik v) 생산제조처 등록만 남았다”며 “연말까지 할당된 1억5000만 도즈(3억 회분)를 모두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컨소시엄 참여사도 순차적 기술이전이 이뤄지고 있어 늦어도 4분기엔 상업생산이 개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 변죽만 올린 국산 치료제...기대 소멸하며 주가 하락

반면 기대를 모았던 국산 코로나 치료제가 변죽만 올린 채 퇴장 수순을 밟고 있다. 25일 현재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코로나19 치료제는 길리어드 ‘렘데시비르’와 셀트리온의 ‘렉키로나’ 뿐이다. 렉키로나 이후 3개월이 지나도록 국산 2호 치료제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주요 바이오주 매출액증가율과 주가상승률 비교. [자료=각사, 금융감독원]
주1)매출액은 연결기준, 기준일 2021년 05월 21일.
주2)2020년 매출액 증가율은 2019년 매출액 대비.


국산2호 코로나 치료제에 대한 기대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종근당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은 지난 3월18일 식약처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는데 실패했다. 부광약품은 지난 12일 항바이러스제 ‘레보비르’의 임상2상 시험에서 임상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GC녹십자의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주’도 식약처 검증자문된 회의에서 승인이 불허됐다. 녹십자는 입장문을 통해 후속 임상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양약품도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실패를 인정했다. 일양약품은 ‘슈펙트’가 우수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후속 연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호이스타정’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 2·3상을 동시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임상2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신풍제약은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의 임상2상 결과 발표 직전 오너일가는 1680억원 어치 신풍제약 주식을 처분해 임상 실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후속 코로나 치료제 승인 기대감이 사실상 소멸됐다”며 “제약사들이 확률 1000분의 1에 불과한 약물재창출 성공가능성을 지나치게 높게 포장했다”고 일침했다. 투자시장도 차갑게 식었다. 부광약품, 종근당, 신풍제약, 대웅제약 등의 주가는 하나같이 작년 고점대비 절반아래로 떨어졌다.

◇ K방역 주역 진단키트·마스크 코로나 특수 끝나

K방역을 이끌었던 진단키트·마스크는 화려한 실적을 남긴 채 퇴장길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진단키트 4월 수출액은 8128만 달러(912억원)로 지난해 4월 1억 4617만 달러(1640억원)보다 44.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정점을 기록했던 9월 1억 6720만 달러(1876억원)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씨젠 주가는 지난해 32만원까지 올랐지만 현재 7만원대(권리락 포함)까지 내려왔다. 휴마시스 주가는 지난달 2만8350원애서 현재 1만5200원까지 내려앉았다.

마스크도 사정이 변했다. 지난해 마스크 수출액은 6억 9163만 달러(7835억원)를 기록했으나 올 4월까지 수출액은 4345만 달러(492억원)으로 감소했다. 이 추세면 올해 마스크 수출은 지난해 18%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식약처는 마스크 생산량이 지난해 2월 1억 9632만개에서 같은해 8월 4억 6537만개로 2.5배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업계 관계자는 “마스크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탓에 신규진입과 증설이 급속히 일어나 공급과잉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웰크론 주가는 지난 2월 1만원에서 현재 4555원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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