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으로 일정금액을 지급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구독경제’ 방식은 최근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영상서비스에서부터 서적, 생필품, 자동차 등 모든 재화를 대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구독은 스마트한 소비가 가능하면서도 때론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1월 4일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결제대행업체의 준수사항’(제7조의4)을 신설한 것도 바로 구독경제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다.
시행령안에서는 PG는 정기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위가맹점(구독서비스 제공자)’에 대해 신용카드회원의 거래조건(거래내용, 대금, 결제일, 유료전환, 계약 해제·해지 조건 및 환불 조건 등)을 명확하게 알리도록 요구하고, 이러한 거래조건을 약관 및 계약에 반영하도록 해야 하며, 하위가맹점이 이를 지키지 않아 분쟁이 발생하면 시정 및 결제대행계약의 정지 및 해지 등을 요구할 수 있게 했다.
개정안의 취지는 소비자가 무료이벤트 후 유료전환 일정을 고지받지 못해 부당하게 결제대금을 납부하는 피해를 낮추기 위한 것이어서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PG가 신용카드 결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구독서비스 제공자의 영업 방식에 관여하도록 한 점이다. 예컨대, 넷플릭스가 유료전환 기준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알리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PG는 넷플릭스의 고지 여부를 직접 확인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업종이 다른 별개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영업을 모니터링 하고 감 놔라 배 놔라 감독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또한, 환급의 제공 여부 및 방법과 관련된 사항은 구독서비스 제공자와 그 이용자 사이의 법률관계인데, 신용카드 결제에 관한 표준약관에 그러한 내용까지 포함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이미 존재하는 「공정위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지침」에 따르면, 무료이벤트가 유료 월정액 자동결제 계약에 부수된 것으로 유료 전환 시기가 명확하고 소비자가 동의했다면 무료이벤트 사용 시점부터 전자적 대금 결제창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고 이때 별도 고지가 필요하지 않다.
구독서비스는 제공 매체(온라인·오프라인), 재화의 성격(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 서적, 식료품 등 재화), 이용 소비자, 서비스 제공의 지리적 범위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와 특성이 있는데 금융위의 구독경제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다양성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고지 시점과 환불 기준 등을 정했다.
구독경제를 활성화하고 신규 산업을 진흥하려면 불필요한 규제는 개선해야 함에도 법률상에서 위임하지 않은 영업의 자유를 제약하는 내용을 하위법령에 규정하는 것은 위임 입법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그 방식과 절차가 정도를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