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집에 도착해, 땀에 젖은 속옷을 벗어 던질 때 느끼는 해방감! 삼각팬티와 와이어가 들어간 브래지어는 온종일 저를 괴롭게 했어요. 불편한 속옷 탓에 저의 가슴과 사타구니에는 항상 속옷 착용이 남긴 붉은 자국이 있었지요. 속옷을 편한 제품으로 바꾼 이후부터는 과거의 불편함과 이별했어요. 속옷 하나로 삶의 질이 훨씬 나아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진작 바꿨을 거에요."
직장인 배모씨(여·28세)는 사각 트렁크를 입고 회사에 간다. 배씨의 지인들은 배씨가 남성용 팬티를 착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통이 넓은 사각 트렁크가 몸을 쾌적하게 유지해 주기 때문이다.
배씨는 “여성들이 주로 입는 삼각팬티는 몸을 조인다”며 “삼각팬티는 내가 몸에 속옷을 맞추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속옷이 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 기존에 입던 속옷을 싹 버렸다"며 “이제는 브래지어도 와이어와 패드가 없는 '브라렛'을 입는다"고 말했다.
가장 첫 번째로 입는 옷인데, 왜 불편해야하나요?
속옷은 살과 맞닿는 가장 첫 번째 옷이다. 그 어떤 옷 보다 민감한 부위와 밀접하게 닿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성 속옷에는 늘 ‘불편함’이 따라다녔다. 삼각팬티는 사타구니를 꽉 조이고, 와이어가 있는 브래지어는 가슴을 강하게 압박했다. 땀띠와 소화불량을 유발하는 경우도 많았다.
직장인 황모씨(여·26세)는 “예전에는 식사 후 숨이 차고, 가슴에 통증을 느껴도 삼각팬티와 와이어가 들어간 브래지어를 참고 입었다”며 “마음 같아서는 브래지어와 팬티를 모두 던져 버리고 싶었지만 이를 입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배워 그냥 입었다”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편안함에 초점을 둔 속옷은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사실 속옷을 아예 입지 않는 게 가장 편하지만, 노브라·노팬티로 밖을 당당하게 다닐 수 있는 여자가 몇이나 되겠냐"며 "사회적 시선에서 많은 여성들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속옷의 등장은 여성들에게 숨 쉬는 '자유'를 선사한 혁명적 트렌드"라고 말했다.
"브라렛 입어 봤나요?" ... 젊은 여성들 ‘편한’ 속옷 찾아
대학 커뮤니티(SNS)를 중심으로도 '편한' 속옷을 찾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브라렛 입어봤냐", "트렁크는 어디 제품이 좋냐" 등 속옷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가꾸자는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가 국내외 소비자들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브라렛과 사각 트렁크 등 편안함에 초점을 둔 속옷의 구매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각 트렁크를 입는다고 밝힌 여대생 A씨는 “이렇게 편한 제품을 남성들만 누렸다는 사실이 화가 난다"며 "삼각팬티를 입으면, 치마를 입었을 때 속바지까지 입어 혈액순환이 전혀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풍이 잘돼 질 건강도 개선됐다"며 "여성이라면 한 번쯤 시도했으면 한다"고 말을 덧붙였다.
실제 여성 속옷 시장은 이같은 여성들의 수요가 반영되고 있다.
섹시하고 화려한 디자인의 속옷으로 유명했던 '빅토리아 시크릿'의 매출은 최근 급격한 하락을 맞았다. '섹시함'을 강조한 와이어 브래지어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매력을 잃고 있어서다. 이에 빅토리아 시크릿은 작년부터 란제리 패션쇼를 폐지했다.
반면 ‘편한’ 속옷의 매출은 껑충 뛰고 있다. 속옷 브랜드 남영비비안의 경우 올해 상반기 노와이어 브래지어 제품의 판매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 증가했다.
남영비비안 관계자는 "속옷을 살 때 볼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착용감을 우선시하는 여성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시장에서도 편안함을 추구하는 여성들의 욕구를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스냅타임 박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