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올해 전국 대학 대부분은 비대면 온라인 강의를 실시했다. 사상 첫 온라인 개강이다보니 시험 공정성 논란, 과제 중심 진행 등 문제들이 속출했다.이 때문에 등록금에 비해 강의의 질이 떨어진다는 의견들이 많다.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에도 대부분의 대학들은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대학생들은 휴학을 고려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내 일부 대학에서는 1학년 신입생에 한해 휴학을 금지토록 하고 있어서다.
2일 대학가에 따르면 1학년 재학 중에 휴학을 할 수 없도록 학칙을 정한 곳은 홍익대, 서울시립대, 세종대, 국민대, 숭실대, 성신여대 등이 있다.
학생들은 "대학측이 반수(대학교 입학을 한 후 다시 수능을 준비하는 일)를 통해 자퇴를 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온라인 강의를 지속할 경우 강의의 질에 만족하지 못해 답답하다는 게 학생들의 불만이다. 특히 일부 대학들이 학습권을 '학칙'이라는 명분으로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휴학을 하지 못하는 대학들의 건의 게시판에는 휴학을 시켜달라는 요구사항이 제시되고 있으며 대학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휴학하고 싶다는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김씨(21·여)는 “사이버 강의를 들었던 한 학기 동안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시험 시 카메라를 갖춰야 한다거나, 마감시간에 사람이 몰려 서버가 터진다는 등 애로사항들이 많았다”며 “그렇다 보니 ‘이 시간과 등록금을 자기 계발하는 데에 사용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씨(20·남)는 “가끔 대면시험을 보는 경우 고향에서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데 이때 차비 부담이 크다"며 "싸강(사이버강의)이니 자취도 못하고 차라리 휴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방씨(20·남)도 “시간도 돈도 아깝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해당 대학 총학생회측도 학교측과 공식적으로 휴학 허용여부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오종운(25·남) 숭실대 총학생회장은 "휴학과 관련한 문의와 제보가 총학으로도 접수돼 상황은 인지하고 있다"며 "학교측과 2학기 휴학 허용여부에 대한 면담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인선(23·여) 홍익대 총학생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학생들의 수업권 및 선택권 보장이 어려워져서 지난 학기 학교 측에 1학년 학생들도 휴학이 가능토록 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대학 측, “학칙을 따르는 것일 뿐 논의된 바 없다”
이렇게 1학년들이 휴학을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대학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못했다. 국민대, 홍익대, 세종대, 숭실대 등 대부분의 대학들은 기존부터 정해진 학칙을 따르는 것이라며 학칙상 개인적 사유로 휴학을 허가하지 않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할 때 2학기 휴학 가능 여부에 관한 질문에도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만 답했다.
홍익대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휴학허용 여부를 포함해) 2학기 학사 운영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성신여대 관계자도 “대부분의 대학이 그렇게 운영(1학년 휴학 불허)하는 것으로 안다”며 “코로나19에 감염돼 장기간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만 휴학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정부에서 나서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사 관련 규정은 대학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부 차원에서 휴학허용여부 지침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학생과 대학 등 학교의 구성원간 협의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도 일부 대학의 1학년 휴학 불허방침에 대해 실정법으로는 규제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현 고등교육법 제6조(학교규칙)에 따르면 학교의 장은 법령의 범위에서 학교규칙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중현의 김덕 변호사는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학칙은 학교가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립학교의 경우 운영 및 교육은 학교의 자율성에 맡긴다”며 “1학년 휴학불허 학칙이 학생들 입장에서는 부당하게 느낄 수는 있지만 위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창과 방패의 이민 변호사는 “문제의 소지는 있지만 실정법으로 처벌은 힘들어보인다"며 "헌법재판소에 구체적인 내용을 문제 삼아 청구해 위헌판정을 받는다면 학칙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스냅타임 신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