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 및 블룸버그통신 등은 1일(현지시간) “사우디의 원유 공급이 당초 예고대로 1200만배럴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는 3월 하루 평균 970만배럴보다 20% 이상 증산한 것으로 사우디 역사상 최대 산유량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비(非)OPEC 산유국들이 당초 약속했던 감산 기간이 전날(3월 31일) 종료된데 따른 조치다.
앞서 사우디는 4월부터 산유량을 하루 평균 970만배럴에서 1230만 배럴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또 일평균 원유 수출량도 사상 최대 규모인 1060만배럴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OPEC에 따르면 그간 사우디의 최대 원유 수출량은 1980년 하루 922만배럴이었다.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도 가세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OPEC 2위 산유국인 이라크가 일일 석유 생산량을 480만배럴, 수출량은 360만배럴로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라크의 지난달 하루 평균 생산량 및 수출량은 각각 460만배럴, 340만배럴이었다. UAE도 지난달 11일 하루 평균 100만배럴 증산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사우디의 감산합의 요구를 외면해 유가전쟁을 촉발했던 러시아는 이날 당장은 증산에 들어갈 계획이 없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알렉산드로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모든 산유국들은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석유를 생산할 수 있다”며 언제든 증산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달 “러시아는 단기적으로 하루 평균 20만~30만배럴을 증산할 수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는 일평균 50만배럴까지도 늘릴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전 세계 원유 비축량은 전례 없는 속도로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씨티그룹은 이번주 세계 원유저장시설에 하루 2000만배럴씩 채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470만배럴 이상 채워진 적이 없다. 이는 각국 정부가 전략 비축유 등으로 자국산 원유를 사들일 여유가 없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앞으로 유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