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돈 모아 맛집 가고 여행 가고... 진입 장벽, 위험성 둘 다 낮춘 잔돈 금융 서비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열풍이 재테크에도 불면서 젊은 층의 또 다른 행복으로 주목받고 있다. 취업, 결혼을 비롯해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 세대들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다 소소할지라도 자신에게 큰 만족감을 주는 활동을 선호하기 때문.
19일 기준 ‘소확행’을 사용한 게시물이 백구십만 개에 이를 정도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연구 결과, 2030세대는 즉각적인 기분 전환을 위한 소비, 즉 휘소가치(휘발적+소비가치)를 중요시하면서 재테크에 대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들을 겨냥해 금융업계가 자투리 돈으로 부담 없이 재테크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소소하게 모아 확실하게 쓰자!"
잔돈 금융 서비스는 목돈은 없고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층에 쉽게 버려질 수 있는 자투리 돈을 알뜰하게 모아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경제 불황과 더불어 증권·부동산 시장이 주춤한 게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젊은 층이 부동산 투자나 예·적금으로 투자가 어려워 소소하게 모으려는 움직임이 생긴 것 같다”며 “실제로 젊은 사회초년생들 사이에서 안정성을 지향하며 부담 없는 상품을 찾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2030 맞춤 금융 서비스, 뭐가 있을까?
모바일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가 지난 4월 선보인 '토스카드'는 출시 3개월만에 발급 100만장을 돌파하면서 높은 관심을 끌었다. 7월 기준으로는 결제액 3200억 원을 돌파했다. 현재 402만 명의 20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어 대한민국 20대 전체 인구의 약 60%가 이용하는 셈이다.
토스 관계자는 “토스카드 이용 시, 가입자의 선택에 따라 결제 금액 중 1000원 미만의 잔돈이 자동으로 저축 되는 서비스에 20대들의 관심이 높다”며 “전체 카드 이용자 중 약 20%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건 관심이 높다는 것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IBK 기업은행의 평생설계저금통은 사회초년생들에게 인기다. 카드결제 시 자신이 정한 금액이나 1만 원 미만의 잔돈이 본인의 예금통장에서 적금이나 펀드로 자동이체 되는 방식이다.
핀테크 업체인 티클은 사용자의 카드를 티클 앱과 연동하면 결제할 때마다 1000원 미만의 잔돈은 계좌에 쌓이고, 그 이상 쌓이면 미래에셋대우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넘어가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CMA 계좌는 자유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저축해도 이자가 붙는다.
신한카드와 신한금융투자는 업계 최초로 아마존, 나이키, 스타벅스 등 해외 유명 주식 미국주식 37개 종목에 대해 0.01주 단위로 주문할 수 있는 소수점 주식 구매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소액으로 해외주식 투자가 가능하게 했다. 해당 서비스는 카드 결제 시에 자투리 금액 또는 사용자가 정한 일정 금액을 지정된 해외 주식에 투자한다. 이는 최근 관심 있는 분야에 직접 투자함으로써 브랜드를 키워나가려는 젊은 소비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진입 장벽, 위험성, 부담감 모두 낮춰
토스카드를 이용하는 대학생 정의형(21·남)씨는 “얼마 전에 토스카드를 발급받았는데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조금씩 쌓이는 잔돈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평소에 잔돈은 소홀하게 생각했는데 모이니까 꽤 큰돈이 된다. 겨울에 여행 갈 때 쓸 계획이다”고 말했다.
소액 투자를 하는 사회초년생 김종석(가명·29)씨는 “주식 투자의 진입 장벽이나 위험성이 높아 시도하기 쉽지 않았는데 소액으로도 가능해 재미삼아 하기 좋다”며 “최근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수앨범에 대중 투자자가 되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불안한 삶 속에서 살아가는 젊은 층에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잔돈 금융 서비스는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