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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고용보험기금 지출을 대비해 필수적으로 적립해둬야 하는 적립금 배율(지출 대비 적립금)은 향후 5년간 법정 수준(1.5~2배)에 못 미치는 0.4~0.6배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안정성을 위해선 적정한 지출과 기금 고갈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법정 적립금배율 미달…적립금배율 2020년 0.5배 수준 예상
20일 국회예산정책처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은 지난해 총 지출이 수입을 넘어서면서 8082억원의 재정수지 적자를 냈다. 올해 역시 계획 기준으로 보면 4275억원의 적자가 날 전망이다.
고용보험기금은 근로자계정과 자영업자 계정으로 분리 운용된다. 각 계정은 다시 실업급여 계정과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계정으로 나뉜다. 기금 비중이 큰 근로자계정만 놓고 보면 지난해 실업급여 계정은 275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적립금 배율은 0.7배로 전년(0.9배)보다 떨어졌다.
고용보험법을 보면 대량 실업의 발생이나 고용 불안에 대한 준비금으로 적정 규모의 여유자금을 적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으로 정하고 있는 고용보험 실업급여 계정의 적립금배율은 1.5~2배다.
국회예산처는 2020년 실업급여계정 적립금배율이 0.5배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2021년 0.5배 △2022년 0.4배 △2023년 0.5배 △2024년 0.6배 수준으로 예측된다. 법정 적립금배율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국회 예산처는 2018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에서 지난해 실업급여 계정의 적립금배율이 법정 적립금배율보다 낮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 계정은 △실업자의 구직활동을 지원하는 ‘구직급여’ △육아 휴직 급여·출산 전후 휴가급여·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 등 ‘모성보호’ 지원에 쓰인다. 실업급여 계정의 적자는 구직급여 총액이 매달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데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1년동안 지급한 구직급여 지급 총액은 6조4523억원에 달했다.
지난 7월 구직급여 지급액은 7589억원으로 매달 역대 최대 지급액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수준이라면 올해 역시 구직급여 지급 총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구직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과 연동된다. 급격하게 인상된 최저임금에 따라 구직급여 지급액 역시 큰폭으로 올랐다. 실업급여 상한액은 2019년 기준 하루 6만6000원이고, 하한액은 6만120원이다. 하한액은 고용보험법에 따라 최저임금의 9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한다.
◇보험료율 1.3%→1.6% 인상했으나 기금 고갈 우려 여전
고용보험기금 지출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일 고용보험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오는 10월부터 실업급여 지급액이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오른다. 지급기간은 기존 90~240일에서 120~270일로 늘어날 예정이다.
정부는 지출 규모가 커지자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 계정의 보험료율을 인상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현재 보험료율 1.3%를 1.6%로 0.3%포인트 인상할 예정이다.
그러나 보험료율을 인상하더라도 지출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에 기금 고갈 우려는 여전하다. 보험료율 인상을 반영해도 법정 적립금배율은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고용보험 기금이 문재인정부 이전부터 재정 악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으로 급여 지급액은 물론 모성보호·실업급여 등 지출이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 교수는 “고용상황이 어려워 실업급여 지출이 단기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불가피하다”면서 “기금 재정안정성을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모성보호 지출은 고용보험기금에서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실업급여액 지출규모는 경기나 고용상황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출을 급격히 줄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금 고갈 우려는 인정하면서도 오는 10월1일부터 보험료율을 1.6%로 0.3%포인트 인상하는 것으로 당장의 급한 불을 끄겠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보험은 사회보험으로서 고용 안정을 위해 경기 변동기에 지출을 확대하도록 만들어졌다”며 “현재의 어려운 경기상황에서 법정 적립금 배율을 지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