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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기자와 만난 전성국(사진) 딕션 대표. 청각장애 2급인 전 대표는 직장생활을 그만 두고 창업의 길로 들어선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전 대표는 “사회적인 독립을 위해서 본인 스스로 발음을 발전시켜야 한다”며 “말하는 데서 자신감도 생기기 마련이다”고 설명했다.
대개 청각장애인들은 잘못된 발음을 고치고 싶어도 자신이 하는 말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선하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전 대표는 건청인들이 듣는 발음 그대로를 눈으로 보여주는 발음교정 서비스 ‘바름’을 개발했다.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해 청각장애인들 자신의 발음을 들리는 그대로 한글로 표기하고 스스로 틀린 발음을 인지하고 교정할 수 있도록 한다.
전 대표는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해 1년 동안 연구개발을 통해 엔진을 만들고 지난 6월 정식 서비스를 오픈했다”며 “현재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바름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전 대표는 지난달 열린 디캠프 디데이에서 해당 서비스로 우승을 차지했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가령 ‘밥 먹었어’라는 문장을 실제로 발음할 때는 ‘밤 머거써’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밥 먹엇어’ 혹은 ‘밥 머걷떠’ 등 잘못된 발음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용자들이 바름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된 스마트폰 마이크에 대고 해당 문장을 읽으면 음성 인식 기술을 통해 이용자의 잘못된 발음이 화면에 띄워지고 올바른 발음 표기도 보여준다.
전 대표는 “현재는 안드로이드용 애플리케이션만 있고, 내년 초까지 PC용 버전도 출시할 예정”이라며 “청각장애인들이 발음 연습을 할 때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하지 않기 때문에 PC 버전에 대한 수요가 높을 것”이라고 했다.
전 대표는 사실 2008년 네이버 인턴으로 근무한 후 루크리에이티브, 열심히커뮤니케이션즈, 잡플래닛을 비롯한 여러 업체에 근무하며 온라인 마케팅 등으로 활약했다. 전 대표는 자신의 발음을 고치기 위해 하루에 1시간씩은 직접 책을 낭독하며 연습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주변에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대중 앞에 나서기를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이들을 돕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회사를 그만 둘 당시 4개월 딸아이가 있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면서도 “그래도 가족들이 반대하지 않고 응원을 해줘서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현재 바름 애플리케이션에 등록된 연습 문장은 50개 정도가 있으며 꾸준히 업데이트 중이다. 전 대표가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바름의 교정 효과를 실험한 결과, 1차 테스트에서 20%대였던 정확도가 2차 테스트에서는 80%대까지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문장 콘텐츠를 본인 스스로 만들고 이를 자유롭게 발음 연습을 할 수 있는 완성형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라며 “발음은 연습만 꾸준히 한다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고 확언했다. 전 대표는 지금도 하루에 5분 이상은 발음 연습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 대표는 “바름과 같은 서비스 위주로 디벨롭(성장)하고 서비스를 확장할 것”이라며 “더 나아가 장애인 창업자에 전문으로 투자하는 투자가가 되고도 싶다. 다른 장애인들도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