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봄바람 탔지만…대어급은 안 보이네

박태진 기자I 2019.04.29 06:10:00

4월 예비심사 청구기업 27곳..1분기보다 4배 증가
작년 실적 토대로 상장 추진 추세 뚜렷
코스피 대어 부재.. 상장사 수만 늘 듯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이달 들어 국내 기업들이 속속 증시상장을 추진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예비심사를 신청한 기업수가 1분기(1~3월)에 비해 이달 들어 4배 이상 늘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폭락장이 이어졌을 때와 달리 최근 들어 코스피 및 코스닥 지수 랠리가 이어지고, 올 초부터 IPO를 실시한 기업들의 공모 성적도 꽤 괜찮은 편이다. 이에 자본시장이 활기를 되찾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연초부터 대어급 기업들의 IPO가 무산되면서, 올해 역시 지난해와 같이 상장사 수만 늘고 공모규모는 늘지 않는 ‘속 빈 강정’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 계절적 성수기·연말 어렵다는 선행학습 효과

28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유가증권(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한 기업은 올해 1월과 2월 각 한곳에 불과했지만 3월 4곳에이어 4월에는 27곳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신규상장을 비롯, 이전상장, 재상장, 스팩합병을 포함한 수치다. 특히 1~3월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들보다 4월에 청구한 업체수가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 들어 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한 27곳은 △플리토 △아이티엠반도체 △에이스토리 △레인보우로보틱스 △한국바이오젠 △코윈테크 등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중소기업들이다. 그나마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는 곳은 이전상장을 추진하는 포스코케미칼(003670)과 신규상장을 노리는 자이에스앤디 2곳 뿐이다.

이처럼 4월에 예비심사청구가 몰린 배경으로는 두가지가 꼽힌다. 우선 계절적인 요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매년 3월에 전년도 실적 나오기 때문에 이것을 확인한 후 4월에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또 계절적으로 1~3월은 비수기인 반면 4월부터 성수기로 접어드는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선행학습 효과가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다른 관계자는 “4월에는 그해 1분기 실적도 발표되기 때문에 호실적을 거두면 IPO를 진행하기에 적기라고 보는 경우도 많다”며 “특히 11월로 접어들면 수요예측이 어렵다는 걸 지난해 선행학습으로 인지해 상반기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회계와 관련해 한국거래소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상장 예비심사 청구가 4월로 몰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예비심사는 45영업일 내에 끝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거래소가 원래 일정대로 심사를 소화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에 기업들이 검찰조사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상장 일정을 미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과도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관계로 압수수색은 유가시장부문으로 들어왔지만, 이로 인해 상장심사가 미뤄진 것은 없었다”며 “다만 당시 유가증권시장 상장 심사를 받고 있던 일부 기업의 일정이 늦춰지면서 추측성 주장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 대형 IPO 가뭄 여전할 수도

기업들이 예비심사 승인을 거쳐 증권신고서를 제출 후 수요예측과 청약을 거쳐 상장하기까지는 통상 2~3개월 정도 소요된다. 따라서 오는 5~6월이 상반기 IPO시장의 피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더욱이 지난해 폭락장으로 상장을 연기했던 IPO 재수생들이 최근 잇따라 괜찮은 성적을 거두면서 시장 온기가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017년 심사 미승인을 받았던 노랑풍선(104620)은 올 초 IPO에 재도전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지난해 공모를 철회했던 드림텍(192650)은 올해 코스피시장에 상장했고, SNK는 다음달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특히 SNK는 최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희망공모가 밴드 최상단인 4만4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공모시장의 규모가 지난해보다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규모 있는 기업들이 수요예측에 실패했고, 회계 이슈까지 겹쳤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IPO 기업은 총 77개(스팩·리츠·코넥스 상장 제외)로 전년대비 15개(24.2%) 증가했다. 공모금액은 2조6000억원으로 전년(5조2000억원)대비 66.7% 감소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코스피시장에 문을 두드린 현대오일뱅크와 홈플러스 리츠, 이랜드리테일, 바디프랜드 등의 IPO가 잇달아 무산되면서 시장에서는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코스닥 쏠림현상이 재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지난해에는 실적이 좋은 대형기업도 공모시장이 좋지 않으면 상장을 철회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올해 IPO시장 성적도 장에 따라 갈릴 것”이라며 “감독기관이 외형적 요건이 갖춰지지 않더라도 다양한 트랙을 통해서 상장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는 만큼 중소업체들의 기술특례상장 등은 올해도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IPO는 하반기로 갈수록 몰리고, 공모시장에서는 일부 업종에 대한 선호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연초에 예비심사를 청구하면 3~4월에 나오는 사업보고서를 참고하라는 감독기관의 제안 때문에 1~3월보다 하반기에 몰아서 상장절차를 마무리하길 원할 것”이라며 “상장 루트(방법)가 다양해지고 중소기업들이 뛰어난 기술을 지녔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수급이 좋은 2차전지, 바이오 등 핫한 업종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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