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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이던 2015년 7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말이다. 이후 손혜원 의원은 당내에서 “문재인 대표의 사실상 인재영입 0호”라고 불리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단 이후 각종 설화(舌禍)에 휩싸였지만 당 차원의 방어 속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 직을 유지해왔다.
그런 손 의원이 최근 전남 목포 문화재거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최대 시련에 직면했다. 손 의원은 20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정치적 생사를 가르는 백척간두의 상황에 선 것이다. 의혹을 딛고 일어설 경우 대중 정치인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지만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정치권 퇴출이 불가피하다.
◇민주당 당명 산파역…각종 논란도 당 차원 방어
문 대통령의 영입과정부터 현재의 부동산 투기 논란 이전까지 손 의원의 정치권 행보는 승승장구(乘勝長驅)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중·고교 동기·동창으로 알려졌지만 영입과정에서 김 여사의 입김은 없었다는 게 손 의원 주장이다. 손 의원에 따르면 자신의 영입을 언론보도를 통해 접한 김 여사로부터 뒤늦게 “정말 고맙다”는 감사전화가 왔다고 한다.
손 의원은 홍보본부장으로 영입된 후 ‘더불어민주당’ 당명 탄생의 산파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당 안팎의 평가가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간판으로 20대 총선, 19대 대선, 지난해 지방선거를 연달아 승리하고 각종 로고송도 국민들 입에 붙어 익숙해지면서 안정적으로 안착했다.
또 20대 총선에서 ‘문재인의 영입 0호’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전략공천 후보로도 낙점 받았다. 손 의원은 애초 당의 비례대표를 제안을 거절하고 당시 현역이었던 친문(문재인) 정청례 전 의원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 전략공천된다.
20대 총선 당선 뒤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국정조사 위원으로 선임되면서 언론의 집중 조명도 받았다. 당시 손 의원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으로 문화계와 최순실씨 간의 연결고리를 파헤쳐 폭로하는 전위대 역할을 했다.
반면 거침없는 언행으로 야당 공세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한 팟케스트에 출연해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계산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이어 위안부 할머니 빈소에서 ‘엄지척’ 기념사진 촬영으로 고개를 숙였다.
국회 로텐더홀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에 대해 “나쁜 머리를 쓰며 의인인 척 위장한다”는 등의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다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투기 사실이면 여권에 후폭풍 만만치 않을 듯
이런 논란에도 손 의원 탈당 기자회견 모습을 보면 당에서 그야말로 최대한 예우를 해줬다는 지적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손 의원 기자회견에 동석해 “손 의원이 당적을 내려놓겠단 문제에 대해서는 만류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는 20대 국회에서 전해철 민주당 의원과 함께 친문 이너서클의 핵심이었던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연루’ 반박 기자회견에서도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지난해 김 지사의 국회 기자회견 당시 수석대변인이었던 박범계 의원이 배경 브리핑 장소에 동석하는 등 당 차원의 편의를 제공한 건 맞지만, 특정의원의 사회적 논란에 대한 해명과 탈당 선언에 원내사령탑이 동석한 것은 정치권 관례로 볼 때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당이 탈당을 만류했지만, 손 의원 스스로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는 그림을 만들기 위한 연출이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특히 당이 절대 손 의원을 내친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친문과 당 지지자들에게 보내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야권이 이번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에 김정숙 여사를 연계시킨 건 무리수라는 관측이 높다. 다만 손 의원이 ‘문재인의 영입 0호’라는 배경과 그동안 당에서 받아온 배려·김 여사와의 개인적인 관계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하면, 부동산 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여권에 미치는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더라도 손 의원 자체가 가지는 정치적 상징성 탓에 현 정권 도덕성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경수 지사 논란 때와 비교해 의외로 여당 의원들 대응에는 온도 차가 느껴진다. 김 지사가 드루킹 사건 연루 의혹을 받았을 때는 중진과 초·재선을 가릴 것 없이 당내 의원들이 전면에 나서 방어막을 치는 데 총력을 다했다.
반면 손 의원 논란에 당 지도부가 나서는 것에 비하면 개별 의원들의 변호는 상대적으로 미비한 분위기다. 문 대통령이 직접 영입했다는 이유로 친문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친문 그룹과 교류가 적고 당내 전반적인 평판도 김 지사와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게 그 이유라는 후문이다.
아울러 손 의원이 탈당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만큼 이번 논란을 극복했을 경우 대중적 인지도를 갖는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손 의원 자체는 향후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이번 기회에 분명히 했지만, 친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손 의원에 대해 공세를 펴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지역구인 전남 목포에 등판해야 한다”는 주장이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