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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투명성을 감사인 혼자서만 키울 순 없다.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부터 올바른 마인드셋(Mindset·사고방식)을 갖춰야 한다. 엄격하고 공정한 감사를 통해 함께 기업가치를 키워나가겠다.”
전용석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하 안진) 회계감사본부장 부대표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 내내 마인드셋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라는 큰 사태를 겪고 난 후 무엇보다 감사인의 사고방식 재정비에 공을 들였다는 설명이다.
◇ “감사 대상 늘리는 것만이 답 아니다”
그는 “과거에도 감사인의 마인드셋을 강조했지만 2년여 전 어려움을 치르고 난 후 경영진의 의지와 지원(Tone at the top)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리더들의 메시지 전달과 교육 등을 통해 지금은 어느 곳보다도 감사인의 마인드셋을 확고하게 재정비했다”고 역설했다.
앞으로는 감사인 뿐 아니라 감사 대상인 기업들의 사고방식 전환도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전 본부장은 “수임 단계부터 제대로 된 스킬셋(Skillset·기술)과 마인드셋을 갖춘 기업을 맡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기업의 결산 능력을 높이는 것은 감사인이 아닌 기업 자신의 역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외감법 체제에서는 단순히 감사 대상을 늘리는 ‘양의 성장’이 아닌 감사 품질을 높이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는 “표준감사시간을 적용해 감사 시간이 늘어나면 지금보다 더 많은 기업을 맡기는 힘들어진다”며 “감사 품질은 회계법인의 평판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불가피할 경우에는 성장을 양보하더라도 ‘굿 클라이언트’ 확보에 힘쓸 것”이라고 단언했다.
◇ 감사 경쟁력은 인재…워라밸 맞춰야
인력 인프라는 감사 품질과 직접 연결되는 중요 요소다. 다른 회계법인과 마찬가지로 안진 역시 우수 인재 확보에 힘쓰고 있다. 일정기간 신규 감사 수임을 중단하면서 규모가 줄어든 만큼 공격적으로 인력 영입에 나섰다.
특히 그간 외부 유출이 많았던 회계업계 내에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전 본부장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일반 기업으로 이직했던 회계사들이 회계법인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적 보상 강화는 물론 감사 업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다시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과거에 비해 회계법인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리스크와 근무환경 관리는 우수 인재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사항이다. 그는 “우수인재 유치를 위한 근무환경 조성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감사 실패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말) 측면에서도 감사위험 관리는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보고서 작성 시즌이 몰리는 국내 기업 환경 특성상 업무 과중은 불가피하다. 안진은 감사 인력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P&R팀을 운영 중이다. 전 본부장은 “모니터링 중 일부 인력에 과도한 일이 몰렸다면 P&R팀이 감사팀(탤런트 유닛) 리더에게 통보해 업무를 조정하는 방식”이라며 “유닛 내 리더는 시니어 관리자로서 내부 인력과 충분히 소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외부감사법 개정에 따른 회계 업계 전반의 변화는 긍정적이라는 판단이다. 전 본부장은 “앞으로는 감사인은 감사에만 전념하게 되면서 더욱 전문화되고 감사 품질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출발점에 선 만큼 이번에 도입한 주기적 지정제나 표준감사시간 같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제언했다.